[In&Out]TV홈쇼핑은 試演의 예술

  • 입력 2002년 10월 9일 18시 45분


TV홈쇼핑은 ‘시연(試演)의 예술’이라 할 수 있습니다. 쇼핑 안내자가 아무리 열심히 제품 설명을 해도 시청자 반응은 시큰둥합니다. 반면 모델들이 직접 상품을 사용하는 장면이 나오면 그때서야 구매 주문이 빗발친다고 합니다.

굴비를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굴비가 얼마나 건강에 좋은지, 홈쇼핑이 얼마나 싸게 굴비를 파는지 설명만 해서는 주문이 별로 없습니다. 대신 굴비를 노릇노릇 구워 하얀 속살이 보이도록 좌∼악 가를 때 시청자들이 반응한다고 합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홈쇼핑 PD들은 어떤 상품을 선전하든 시식(試食)하거나 시연하는 장면을 넣습니다.

그러나 항상 예외는 있는 법. 홈쇼핑 제품 가운데 시연할 수 없는 것들도 있습니다. 대체로 형태가 없는 상품들이 여기에 속하죠. 배낭여행 상품, 해외연수 상품 등이 있습니다.

형체가 있어도 맞춤부엌이나 자동차 네비게이터, 비데 등은 체험하는 장면을 방송하기 힘듭니다. 맞춤부엌은 싱크대 화면을 보여주는 것으로 대신하고, 네비게이터는 미리 준비한 자료화면으로 처리합니다. 정작 문제는 비데죠.

홈쇼핑 PD들은 간접적으로 비데 성능을 보여줍니다. 즐겨 사용되는 도구는 풍선이나 주먹, 겨자 등입니다. 먼저 꽉 쥔 주먹의 엄지와 검지 사이에 겨자를 바릅니다. 일단 휴지로 한번 닦아냅니다. 남아 있는 찌꺼기는 비데를 작동시켜 씻어내죠. 깨끗하게 씻겨진 주먹을 보고 비데 성능을 추측하는 것은 시청자 상상에 맡깁니다.

박형준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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