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3년부터 한국인의 입맛을 사로잡아온 라면은 40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중량은 면과 수프를 합쳐 120g으로 똑같습니다. 그 사이 한국인의 몸집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는데 말이죠.
봉지면 무게의 이런 ‘철칙’에 반기를 든 제품은 많은 종류의 라면 가운데 단 몇 개에 불과하죠. ‘빨리빨리’ 시대에 걸맞게 한입 크기로 종이컵에 부어 먹을 수 있도록 만든 라면이 나왔다 곧 사라졌고 지난해 초 개발된 140g짜리 라면도 별 호응을 못 받다가 생산이 중단됐죠.
그나마 면발이 얇아 쉽게 조리가 되고, 양도 조금 적어 다이어트를 하는 여성층에 어필하면서 110g인 ‘스낵면’ 정도가 선전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한국야쿠르트가 선보인 160g짜리 ‘ㅱ마시’ 라면도 액상수프로 무게가 더 나갈 뿐 면의 크기와 중량은 다른 것과 비슷합니다.
왜 이럴까요. 업계에서는 이를 ‘의식’의 힘으로 보고 있습니다. 일본에서 처음 라면이 들어왔을 때 일본 라면의 중량은 1봉지에 100g이었답니다. 당시 한국인은 일본인보다 식성이 좋아 약간 크게 만들어 120g의 라면이 탄생했습니다. 통상 한끼 양으로는 200g 정도가 풍성해 보이는데 봉지면에 물을 넣어 끓이면 바로 그 양이 되는 것도 큰 이유죠.
이렇게 수십년이 흐르면서 한국인의 의식에 라면의 적정 크기가 각인됐다는 게 업계의 분석입니다. 양이 조금 풍성해지면 좋겠다고 생각하더라도 왠지 많아 보이면 바로 질리는 심리가 있다는 거죠. 사람의 감각, 특히 눈대중이라는 게 참 대단합니다.
이헌진기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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