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줄에 끼어 순서를 기다리다 보면 짜증이 나기 일쑤입니다. ‘왜 계산대를 더 늘리지 않는 거야’ ‘줄 때문에 못 오겠군’ 등 갖가지 생각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유통업계 역시 한국인 고유의 ‘빨리빨리’ 문화에 맞추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일본을 견학하고 돌아온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일본 직원들의 손놀림에 비하면 한국 계산원의 처리 속도가 2, 3배는 빠를 것”이라고 전했지만, 고객들이 불편을 느낀다면 이를 해소해야 하는 게 유통업계의 과제입니다.
많이 쓰는 방법은 점포별 경연대회 개최. 누가 더 빨리, 그리고 정확하게 처리하는가를 겨루는 것입니다. 우수자에게는 상금이, 부진한 직원에게는 특별 교육이 주어집니다.
이러다 보니 기계가 사람의 손놀림을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도 일어납니다. 기계가 상품에 인쇄된 바코드를 읽고 다음 상품을 인식하려면 평균적으로 0.25∼0.35초가 걸립니다. 사람의 손놀림이 기계의 인식속도를 넘어서면서 상품이 기계를 통과했지만 바코드가 인식되지 않는 일이 생겨난 거죠.
신세계이마트는 얼마 전 바코드 인식 기계를 제조한 일본 회사에 인식속도를 높여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0.25초가 너무 늦다는 주장인데 일본 회사측은 “다른 나라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왜 한국만 늦다고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조금 천천히 계산하라는 답변을 해 왔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유통업계의 고민은 수년 내로 말끔히 해소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특정 지점을 통과하면 상품 정보가 순식간에 자동 집계되는 무선주파수인식장치(RFID) 칩이 바코드를 대신하게 되면 줄을 설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성동기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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