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건설 주택기술팀 디자이너 김홍집(金弘執·40·사진) 차장이 올해 선보일 컨셉트는 ‘기능성’. 한정된 공간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용하느냐에 초점을 맞췄다.
김 차장이 하는 일은 설계사무소에서 넘어온 도면을 수정하는 것. 수정이라고 하지만 시공사 의도와 맞지 않으면 통째로 뜯어고치기까지 한다.
“분양 때면 모델하우스에 나가 소비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직접 보고 들어요. 그러다 보면 설계도면을 모두 바꿔야 할 때도 많지요.”
김 차장은 1년에 수십 건 이상 새로운 설계도면을 받아 들지만 아직까지 맘에 쏙 드는 ‘명품’을 본 적이 없다. 서너 달이 멀다하고 바뀌는 소비자 기호를 따라잡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작년까지는 주방이 평면의 완성도를 좌우하는 요소였다면 올해 김 차장이 고민하는 것은 수납공간.
“예전에는 남는 공간이 곧 수납공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설계할 때부터 용도에 맞춘 소규모 수납공간을 고려하는 추세입니다.”
수납공간 확보를 위해 벽면을 붙박이장으로 만드는 것은 기본이다. 안방 벽면에도 책을 꽂거나 소품을 놓을 수 있는 작은 공간을 만든다. 주방 발코니에도 아담한 서랍장을 만들어 수납공간으로 이용할 수 있게끔 설계한다.
“그간 주방은 넓어질 만큼 넓어졌습니다. 이제 늘어난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지가 관건입니다. 냉장고와 가스오븐레인지를 공간에 맞게 미리 설치해주는 빌트인(built-in) 가구가 보편화하는 것도 이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빌트인 가구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첨단 기능성 인테리어도 등장했다. 초고속 인터넷 통신 설비는 이미 상용화됐고, 요즘은 자동조명조절기나 자동절전시스템이 도입되는 추세다. 청소기를 들고 다닐 필요 없이 흡입구만 있으면 어디서나 청소 가능한 중앙집중청소시스템도 점점 보편화되고 있다.
“장기적으로 볼 때 다기능 주택으로 발전할 겁니다. 외형은 원룸과 같아 보이지만, 벽을 젖히면 침대가 나오고, 바닥을 엎으면 책상이나 욕조가 나오는 구조죠. 물론 현재로는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기능성을 강조하다 보면 이런 주택이 나올 날이 멀지 않았습니다.”
박형준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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