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까지만 해도 서울 법원 경매에 나오는 아파트의 낙찰가는 대부분 감정가를 웃돌았다. 감정가 3억원 짜리 아파트를 3억5000만원에 사더라도 시중 집 값이 폭등해 시세차익을 올릴 수 있다는 심리가 팽배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다.
지난달 중순 서울지법 본원 경매계에 나온 강남구 논현동 H아파트 68평형은 감정가(11억원)의 63%인 7억원에 낙찰됐다. 시세(8억6000만원)보다 무려 1억6000만원 낮은 가격이다.
올 초까지 가격 고공행진을 주도한 소형아파트 경매 낙찰가도 진정됐다. 강동구 길동 S아파트 25평형은 감정가의 80%선인 1억4000만원에 낙찰됐다. 시세보다 2000만원 남짓 낮은 수준이다.
이에 따라 지난달 서울 법원 경매 평균 낙찰가율은 85.05%로 올 들어 가장 낮았다.
경매시장의 열기가 급랭하는 것은 주택값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잇따르자 투자자들이 법원경매 물건의 투자수익 감소를 염려해 관망세로 돌아선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7월부터 경매제도가 대폭 바뀌는 점을 고려, 투자를 7월 이후로 미루는 수요가 많은 것도 원인이라고 분석한다.
따라서 하반기 전망도 밝지 않다.
동아일보 부동산팀과 유니에셋이 전문가 12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법원경매에 대한 투자전망 점수는 5점 만점에 2.8점으로 조사대상 15개 상품 중 14위에 머물렀다. 그러나 하반기에는 나아질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법원경매정보업체 ‘태인컨설팅’의 이영진 과장은 “7월부터 새 법이 시행되면 경매 절차가 편리해지는 만큼 일반인의 참여가 다시 늘어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또 “2월부터 경매 물건이 다시 증가하는 추세인 데다 금리가 계속 오를 경우 투자수익을 기대할 만한 물건은 더욱 늘어날 수 있다”며 “법원경매시장도 하반기부터는 활기를 되찾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입찰방식이 투명해지는 만큼 과거와 같은 대박을 노린 투자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분석이다.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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