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18일 전윤철(田允喆)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주재로 경제정책조정회의를 열고 ‘9·4 부동산 안정대책’에 대한 자체 평가를 내렸다. 요지는 서울 집값 상승세가 잡히고 있다는 것이다.
딱 절반만 동의한다. 정부 대책이 나오자 천정부지로 치솟던 아파트값이 한풀 꺾였다.
하지만 시장을 잘 들여다보면 집값이 진정된 진짜 이유를 알 수 있다. 정부는 안정대책을 내놓으면서 부동산 중개업소에 대한 일제 단속에 들어갔다. 집값 담합을 부추겼다는 이유에서다.
그 결과 서울 강남지역은 물론 경기도 일대 중개업소 대부분이 문을 닫았다. 추석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영업을 하지 않는 업소도 있다. 중개 기관이 없는 마당에 거래가 될 리 없다. 당연히 가격도 그대로다.
휴대전화로 물밑 영업을 하는 일부 중개업소에 따르면 가격을 낮춰 내놓는 매도자도 있다. 반면 조만간 값이 이전 수준을 회복할 것이라며 매물을 회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게 중평(衆評)이다. 소나기를 피하겠다는 것이다. 값이 조금이라도 떨어지면 이참에 아파트를 꼭 사겠다고 벼르는 이들도 많다.
분양권 전매도 마찬가지다. 분양권 전매를 제한한 덕분에 프리미엄 상승률도 수그러들었다.
하지만 ‘공증(公證)’같은 편법을 동원한 암거래 시장이 다시 나타날 조짐이다. 실제 9월 초 실시한 서울동시분양에 나온 아파트 가운데 상당수가 손바뀜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분양권을 사려는 사람이 공증을 걸어 놓은 채 당첨자에게 웃돈을 주고 계약금과 중도금을 전매 금지기간(1년) 동안 대신 납부하는 식이다.
정부가 이런 사실을 진짜 모르고 있었다면 ‘근무 태만’으로 봐야 할 것이다. 지금이라도 시장을 꼼꼼하게 분석해야 한다.
만약 알고도 모르는 척 자화자찬(自畵自讚)에만 급급했다면 공직자로서의 품성을 따져 봐야 할 것이다. 지금은 공적을 과대포장할 때가 아니다.
고기정 경제부기자 koh@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