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어디에, 어떤 방식으로 투자할 것인지는 영원한 숙제다. 지금을 기회라고 보는 이들의 한결같은 조언은 ‘저가(低價) 매물 확보’로 요약된다.
하지만 저가 매물이 모두 수익으로 연결되기는 어렵다. 상황에 따라서는 그 가격이 그대로 굳어질 수도 있다. 저가로 나온 건 나름대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아예 불황에 내성(耐性)이 강한 상품으로 눈을 돌려보는 것도 방법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불황의 성격을 파악해야 한다.
외환위기는 전면적인 불황이었다. 소득 수준과 자산 규모에 상관없이 누구나 소비를 줄여야 했다. 그 때문에 대부분의 부동산값이 곤두박질쳤다.
지금 불황은 당시와는 다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자금 여력이 있고 고정 수입을 확보하고 있는 계층은 다양한 각도에서 새로운 투자를 물색할 수 있는 시기라는 것이다. 대신 저소득층의 씀씀이는 크게 줄어드는 상황이다.
서후석 명지전문대 부동산경영학과 교수는 “공황 수준의 불황이 아닌 한 중산층 이상의 구매력은 여전하다”며 “아파트 투자도 이들이 주로 찾는 30평형 이상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에서 흔히 불황 상품으로 꼽는 값싼 소형 아파트는 외환위기에나 통하는 논리라는 것이다.
실제 올해 지역별 아파트값 변동률에서도 금천구 등 소형 아파트가 주로 몰려 있는 서울 외곽지역은 값이 내리거나 보합세다. 반면 강남권은 일시 하락한 뒤 바로 작년 가을 수준을 회복했다.
대량 공급된 상품은 가급적 멀리하는 것도 지혜다. 공급 증가는 호황일 때는 소비자 선호가 집중돼 있음을 반영한다. 그만큼 가격 상승률도 높다. 하지만 불황일 때는 철저히 외면당하기 마련. 오피스텔이 대표적이다.
아파트의 기능성은 가격 하락을 막을 수 있는 지지대 역할을 한다는 것도 주목해야 할 포인트. 학군이 좋거나 교통이 편리한 곳에 있는 아파트는 고정 수요를 확보할 수 있다.
이 밖에 헌 아파트보다는 내부 평면이 뛰어나고 각종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는 새 아파트, 고급 수요층이 몰리는 환경 좋은 아파트도 지금과 같은 시기에는 투자성을 갖춘 대상으로 꼽힌다.
김희선 부동산114 전무는 “어느 곳이나 지역을 대표하는 아파트가 있기 마련”이라며 “이들은 가격 하락기에는 덜 떨어지고 상승기에는 주변보다 더 오르는 특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왕이면 초기 부담이 크더라도 좋은 아파트를 고르라는 조언이다.새 아파트를 분양 받는다면 현재 분양가와 입주 때 시세를 비교해 보는 것도 중요하다. 예컨대 중도금의 금융비용이 총 분양가의 6%이고, 분양가가 인근 시세보다 9% 높다면 입주 시점(2년 반 뒤)까지 매년 7% 가량 프리미엄이 붙어줘야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고기정기자 koh@donga.com
▼불황기 주택투자 7계명▼
○ 불황의 성격을 파악하라
○ 중산층 이상에 수요를 맞춰라
○ 대량 공급된 상품을 피하라
○ 기능성(교통, 학군 등)을 고려하라
○ 새 아파트의 이점을 확인하라
○ 환경 프리미엄에 주목하라
○ 입주 때까지 집값이 얼마나 올라야 할지를 계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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