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홈][현장에서]집값 상승 부추기는 주민들

  • 입력 2003년 4월 28일 16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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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독자 제보를 접수했다.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독자로 추정된다. 제보 내용은 서울 양천구 목동 A아파트 주민들이 인위적으로 매매가를 올린다는 지적이었다.

사정은 이렇다. 이 아파트는 평당 매매가로 치면 서울에서도 손꼽히는 곳이다. 문제는 최근 몇 달간 가격이 보합세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반면 강남권의 재건축 추진 아파트값은 ‘부러울’ 정도로 치솟았다. 뒤늦게 이 아파트를 사들인 이들이 조급해졌다.

몇몇 주민들의 발의로 주민들이 인근 중개업소를 돌며 일정 가격 이하에는 매물을 팔지 말아달라는 ‘협조’를 구했다고 한다. 부동산 시세조사 기관이 가격을 문의할 때는 정상 수준보다 1000만∼2000만원가량 높은 값을 매겨달라는 요구도 곁들였다. 한동안 사라졌던 ‘반상회 가격’이 다시 고개를 든 셈이다.

주택시장에 ‘시장’이라는 용어를 붙이는 이유는 수급원리가 작동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집값이 올랐으면’하는 희망은 말 그대로 희망에 그치기 마련이다.

일반 상품시장과 달리 집값 흐름이 무질서하게 보이는 건 거래 정보가 투명하지 않고 정책이라는 외부 변수가 즉각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수요와 공급이라는 근본 축이 무력해지는 건 아니다. 정부가 서슬 퍼런 규제책을 내놓았음에도 최근 재건축 추진 아파트값이 급등한 것도 결국은 시장원리가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백보 양보해서 반상회 가격이 시세로 굳어진다고 가정해도 이는 모두의 손해로 귀착될 뿐이다.

특정 아파트값이 오르면 주변 시세도 따라 오르게 된다. 내 아파트값만 오르면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전반적인 아파트값 상승은 국가 전체의 주거비 부담만 가중시킬 뿐이다.

더욱이 기존 아파트값 상승은 신규 아파트 분양가를 올리는 근거를 제공한다. 분양가는 인근 시세를 감안해 책정되기 때문이다.

건설회사에 분양가 인하를 주문하는 것은 좋다.

하지만 그 이전에 소비자들이 시장질서를 해치고 있는 건 아닌지도 경계해야 할 것이다.

고기정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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