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홈]내집마련? 신규투자? 상투불안? ‘3色 해법’

  • 입력 2003년 10월 27일 16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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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동안 주택 중개를 해왔지만 이렇게 불투명한 시장은 처음 봅니다.” 요즘 주택시장은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들다. 국토연구원은 서울 강남 집값의 40%가 거품이라는 주장까지 하고 있다. 정부와 금융권은 집값 억제 정책과 돈줄 죄기로 주택시장을 압박할 전망이다.이런 영향으로 급매물이 쏟아진다는 소식도 들리지만 거래가 끊어져 시세 움직임을 파악하기 힘들다. 서울 강남 등 일부를 빼고는 집값이 떨어질 조짐도 보이지 않는다. 지금 내집을 장만해도 될까, 여윳돈 투자처로 주택은 여전히 매력이 있는가, 혹시 내가 상투를 잡은 것은 아닐까…. 정답은 없겠지만 수요자들은 실마리라도 찾고 싶다.》

▽집 장만 해야 할까=회사원 김정규씨(35)는 경기 고양시 일산의 31평형 아파트에 전세 1억2000만원으로 살고 있다. 모아놓은 돈은 8000만원 남짓. 그는 요즘 내집 마련을 고민하고 있다. 맞벌이 부부여서 대출을 받으면 서울의 30평형대 아파트를 살 수 있다. 다만 집값 거품 얘기에 겁이 난다.

장성수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실수요자라면 정부 정책이나 시장의 단기 움직임에 신경 쓰지 말라”고 잘라 말했다.

시행 및 분양대행업체인 형신 H&D 조길환 사장은 “서울 강남 등 폭등한 곳이 아니라면 실수요자는 집을 사도 괜찮다”고 말했다.

이들은 △수도권의 주택 수요는 여전히 많고 △길게 볼 때 샐러리맨의 내집마련 대상인 주택 값에는 거품이 끼지 않았고 △주거 안정성이 중요하다는 근거를 들었다.

대한주택공사에 따르면 2002년 말 서울 경기 인천의 주택보급률은 91.6%에 달한다. 그러나 내집을 가진 가구의 비율을 살펴보면 상황이 달라진다.

통계청에 따르면 집을 소유한 가구의 비율은 2001년 서울 46%, 인천 59.5%, 경기 50.6% 등에 불과하다. 100%에 육박하는 주택보급률과는 달리 집 장만 수요는 많은 셈이다.

장 선임연구원은 “내집마련 차원에서 볼 때 2004년 도입될 장기주택자금 대출도 결국 주택시장에 대한 자금 유입”이라고 진단했다.

부동산114는 올 상반기 서울 25개 구(區) 가운데 서울 평균 집값 상승률(5.08%)을 웃돈 구는 강남구 송파구 등 8곳에 그쳤다고 밝혔다.

평촌 산본 등 일부 신도시 집값도 큰 변화가 없었다. 집 값 거품이 서울 경기 인천과 광역시 등 전체에서 나타난 것이 아니란 주장이다.

전문가들은 내집마련 대상으로 △도심 재개발이 이뤄지는 곳(전미정 21세기컨설팅 부장), △고속철 역사 인근이나 청계천 개발 수혜지역(박재열 리얼티코리아 이사) △서울 성동구 등 환경이 좋으면서 집값이 강남에 비해 덜 유동적인 곳(김희선 부동산114 상무) 등을 추천했다. 이와 함께 서울 동시분양 아파트에 꾸준히 청약하라는 권고도 많았다.

김 상무는 “4·4분기 신규입주 아파트도 주목할 대상”이라고 말했다.

올 연말 신규입주 아파트가 두드러지게 많은데다 투자목적으로 분양받은 사람들이 내놓을 매물이 많기 때문이다.

서울 경기 신규입주아파트는 올 상반기 5만4627가구, 하반기 9만8241가구, 2004년 상반기 6만5832 등이다.

▽여윳돈 투자처로 주택은 여전히 매력이 있는가=자영업을 하는 김선태씨(41)는 서울 여의도에 40평형대 아파트를 갖고 있다. 그는 여윳돈으로 주택 투자를 저울질하고 있다. 은행 이자는 낮고 주식투자는 불안한 까닭이다.

전문가들은 △장기 투자 △급등 지역 배제 △신규 개발지역 주목 △정책에 지나치게 민감한 곳 배제 △주택 이외에도 관심 등 원칙을 제시했다.

성종수 스피드뱅크 부사장은 “2∼3년간 집값이 폭등한 지금은 주택 투자의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변수가 많아 투자의 단기 위험성이 크고 △집 값이 떨어지진 않더라도 투자수익률은 미미할 전망이며 △세금과 중개수수료를 고려하면 투자 실익이 없다고 분석했다.

조 사장은 “복선전철 고속철도 택지지구 등의 주변지역 분양권에 장기 투자를 한다면 은행 금리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부동산개발 전문가인 조영호 변호사는 “집으로 단기 차익을 얻기는 무리”라며 “길게 내다보고 신개발지의 땅을 노려보는 것도 괜찮다”고 말했다.

▽상투를 잡은 건 아닐까=회사원 박모씨는 작년 11월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60평형대 주상복합아파트 분양권에 투자했다. 5000만원 남짓 프리미엄을 포함한 가격은 10억원. 이 가운데 9억여원은 건설업체가 알선한 은행 대출금이어서 이자가 부담스럽다. 부담한 이자와 집값 상승분이 비슷해 지금까지는 본전이다.

은행이 금리를 높이거나 대출을 줄이면 낭패다. 손해를 보고 팔기도, 이자를 부담하며 투자를 유지하기도 난감하다.

박 이사는 “실제 입주할 수 있는 지 여부가 관건”이라며 “실수요 목적도 있고 자금 압박이 크지 않다면 투자를 유지해도 좋다”고 말했다.

그는 “풍부한 유동성과 저금리 탓에 실거래 가격이 내린다면 투자 수요는 다시 늘어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전 부장은 “순수 투자목적이라면 수요층이 두꺼운 물건으로 갈아타도 괜찮다”고 말했다. 그는 비로열층보다는 로열층, 주상복합보다는 일반아파트를 권했다.

이은우기자 lib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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