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 상품의 금리는 줄곧 떨어져 어느덧 최저 연간 5%대로 낮아졌다. 아울러 대출기간이 길어지면 소득 공제 혜택까지 따라온다. 적어도 돈 빌리는 문제에 관한 한 내 집 마련을 앞당길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고 있는 셈이다.
주택담보대출의 장기화 및 저금리화는 내년에 본격 도입될 예정인 모기지론(Mortgage loan·장기주택담보대출) 유동화 제도와 관련이 깊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은행은 대출 여력이 풍부해지기 때문에 낮은 금리의 장기주택담보대출을 지금보다 늘릴 수 있다. 정부 투자기관인 주택금융공사가 모기지론을 사들인 뒤 잘게 나눠 투자자들에게 팔아 대출 재원을 대주기 때문에 은행은 이미 나간 대출이 상환되기 전에 새로운 대출을 일으킬 수 있는 것이다.
정부가 모기지론 유동화제도를 강력하게 시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만큼 은행들도 이 제도의 취지에 맞는 상품을 내놓기 시작했다. 가깝게는 19일 하나은행이 ‘모기지론’이라는 표현을 쓴 장기 주택담보대출 상품인 ‘소득공제 모기지론’을 선보인 바 있다.
장기 주택담보대출 상품의 유형별 특징과 활용요령을 알아본다.
▽잘 하면 내년부터 집값의 30%로 내집 마련을 할 수 있게 된다=내년에 도입될 예정인 모기지론은 주택을 담보로 10년 이상 장기로 주택 구입 자금을 빌려준다는 점은 통상의 장기 주택담보대출과 같다.
하지만 장기 주택담보대출의 금리가 대개 시중금리에 연동되는 변동금리인 데 반해 고정금리라는 점에서 뚜렷한 차이가 있다. 대출을 받은 뒤 금리가 올라도 원리금 상환부담이 늘지 않는 것이다. 또한 주택 수와 관계없이 이용할 수 있는 장기 주택담보대출과 달리 1가구 1주택에만 허용될 예정이다. 실수요자가 아닌 부동산 투자자는 애초에 이 제도의 혜택을 누릴 수 없는 것이다.
모기지론이 활성화되면 투자 밑천이 5000만원밖에 안 되는 직장인도 1억원가량을 대출 받아 1억5000만원짜리 집을 장만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은행 빚은 20년에 걸쳐 다달이 76만원씩 갚아나가면 된다. 연말정산 때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어 실제 부담금리는 장기 주택담보대출 금리와 비슷한 연 5%대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편 정부는 15년 이상인 장기 주택담보대출에 대해서는 대출이자 소득공제 한도를 현재의 연간 600만원에서 연간 1000만원으로 늘려 모기지론제도의 빠른 정착을 유도할 계획이다.
▽올해 안에 최초 주택 구입자금 대출을 이용하는 게 좋다=다른 장기 주택담보대출에 비해 대출 조건은 까다롭지만 금리와 상환조건은 훨씬 유리한 상품이다. 올해 말까지만 한시적으로 운용되기 때문에 대출을 받으려면 서두를 필요가 있다. 모기지론의 대출금리도 최초 주택 구입자금대출 금리보다는 높게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따라서 조만간 내 집을 마련할 계획이라면 모기지 대출보다는 올해 안에 최초 주택 구입자금 대출을 공략하는 것이 유리하다.
처음으로 집을 사는 사람만이 이용할 수 있으며 과거 집을 샀다가 판 사람은 쓸 수 없다. 또 수도권에서는 아파트를 포함한 신규분양 주택만 대상이며 기존 아파트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수도권 이외 지역에서는 기존 아파트도 가능하다.
대출 한도는 집값의 70% 또는 1억원, 금리는 연 6.0%로 고정된다. 상환 조건은 1년 거치 19년 상환, 또는 3년 거치 17년 상환이다.
연간 이자 상환액에 대해 600만원(내년부터는 1000만원)까지 소득공제 혜택도 따른다. 연 소득이 3000만원인 근로소득자의 경우 실제 부담금리는 연 4.8% 수준이다. 중도상환 수수료가 없어 여윳돈이 생길 때마다 금액 제한없이 갚아나갈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가급적 장기로 빌려 소득공제를 받자=모기지론이나 최초 주택 구입자금 대출 이외의 주택구입자금 대출도 일정 요건을 갖추면 연말정산 때 소득공제 혜택을 누릴 수 있다.
근로소득자인 세대주가 본인 명의로 구입한 국민주택 규모(전용면적 85m² 이하) 주택을 담보로 맡기고 만기 10년 이상을 조건으로 빚을 낼 때가 이에 해당한다. 반드시 10년 이상 동안 대출을 유지해야 할 필요는 없다. 만기 이전에 대출금의 전부나 일부를 미리 갚더라도 이미 받은 세금 환급분을 추징당하지 않는다. 물론 일부 상품의 경우 이와 무관하게 중도상환 수수료를 물 수도 있다. 하지만 중도상환 수수료는 상환 금액의 1∼2% 수준이어서 대체로 중도상환 수수료가 소득공제 이득에 못 미친다.
세대주가 아니더라도 예외적으로 대출 신청을 할 수 있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근로소득자가 아닌 자영업자 등의 경우는 처음부터 대상에서 제외된다. 소득공제 한도는 이자 상환액에 대해 600만원까지이며 내년부터는 15년 이상 대출에 한해 1000만원으로 올라간다.
기왕 주택 구입자금을 대출하려면 가급적 만기를 늘려잡아 쏠쏠한 절세 효과를 거두는 것이 현명하다.
(도움말:신한은행 한상언 재테크 팀장)
이철용기자 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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