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홈]내집마련 때가 왔다…청약시장 실수요위주 재편

  • 입력 2003년 11월 24일 16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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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청약시장이 변하고 있다. 분양권 전매 금지, 각종 세제 강화 등 정부가 투기 수요를 잡기 위해 온갖 정책을 쏟아내자 주택시장 무게중심이 투기수요(가수요)에서 실수요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는 것. 가수요와 실수요의 역전 현상은 모델하우스 곳곳에서 목격할 수 있다. 모델하우스 개장 때마다 간이천막을 치고 길게 늘어섰던 떴다방들이 사라졌고 모델하우스를 찾는 내방객들의 태도도 한결 진지해졌다.》

▽달라진 모델하우스 풍경=19일 오후 경기 고양시 일산구 장항동 동문건설 모델하우스. 파주시 교하지구 아파트 분양이 이뤄지고 있는 곳이다.

교하지구는 파주 신도시 지정, 광역 교통망 확충, LG필립스 LCD공장 입주 등 굵직굵직한 개발호재가 많아 주목을 받았던 지역. 자연히 가수요가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이날 모델하우스는 차분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예전과 달리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단위 고객이 부쩍 늘었다는 점.

모델하우스에서 가족 고객의 많고 적음은 실수요와 가수요를 가르는 중요한 기준이다. 가족단위 고객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실수요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단지 위치도 앞에 둘러선 50명 남짓한 사람들의 눈도 도우미들의 설명에 고정돼 있다. 40대 후반쯤 돼 보이는 한 주부는 도우미의 설명을 수첩에 꼼꼼히 적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이 같은 ‘꼼꼼이족(族)’이 늘어난 까닭에 평형별 유닛 입구마다 10여명의 사람들이 줄을 서는 ‘정체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도우미 김미정씨는 “고객들의 모델하우스 체류시간이 길어지고 질문도 상당히 구체적이어서 대답하기 곤혹스러울 때가 많다”면서 분위기가 과거와는 확실히 달라졌다”고 귀띔했다. 통상 투기적 수요자는 모델하우스를 꼼꼼히 보거나 질문을 많이 하지 않는다.

▽방문객 65%가 지역주민=실수요가 늘고 있음을 추정할 수 있는 또 다른 근거는 방명록에 적힌 내방객 주소지 현황.

동문건설에 따르면 14일 모델하우스를 개장한 이후 18일까지 닷새 동안 총 3만1581명이 다녀갔다. 방명록에 주소지를 적은 2만5870명 중 고양시와 파주시 거주자는 1만6832명으로 65%에 이른다. 나머지도 서울 마포구, 서대문구 등 서울 서북부 지역 주소지가 대부분이다.

동문건설 김시환 이사는 “정부 정책 발표 이후 모델하우스 방문객 수가 비슷한 사업장 기준으로 30% 가량 줄어든 게 사실이지만 교하지구 인근 주민들이 많이 다녀갔다는 것은 긍정적”이라면서 “이는 그만큼 실수요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수도권 실수요 확실히 뿌리내리나=아파트 분양 시장이 실수요 위주로 재편되고 있음은 최근 희비가 엇갈리고 있는 서울 강남권과 경기지역 분양시장에서도 잘 나타난다.

지난달 9차 동시분양에서 평균 63 대 1의 높은 청약경쟁률을 보였던 강남구 논현동 한화꿈에그린 등 강남권 3개 사업장은 미계약이 속출했다. 가수요에 주로 의존해오던 서울 강남지역이 힘을 잃어가고 있는 것.

반면 용인, 부천, 성남시 등 실수요층이 두꺼운 지역에서는 최근 분양한 아파트마다 실수요자들이 대거 청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17일 청약을 받은 용인시 성복동 LG자이는 36평형이 10 대 1의 경쟁률로 지역1순위에서 마감된 반면 58평형 대형평형은 3순위에서도 미달돼 대조를 이뤘다.

지난달 27일 청약 접수한 성남시 태평동 쌍용스윗닷홈 역시 24, 34평형 191가구 모집에 979명이 몰려 하루 만에 분양을 마쳤다. SK가 최근 부천시 소사동에 공급한 SK뷰 32평형(286가구)도 2.3 대 1로 1순위 일반에서 마감됐다.

쌍용건설 홍보팀 최세영 팀장은 “최근 수도권에서 분양에 성공한 단지는 역세권에 위치해 있는 20∼30평형대 중소형 평형”이라면서 “대부분 지역1순위에서 마감된 것을 보면 높은 청약률이 실제 계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실수요자들 느긋하게 기다려라=무주택자들의 내 집 마련하기가 더욱 쉬워질 전망이다. 이르면 다음달부터 투기과열지구에서 무주택자에게 우선 공급되는 전용면적 25.7평 이하 아파트가 공급가구 수의 50%에서 75%로 늘어나기 때문. 또 내년부터 모기지(장기주택담보대출) 제도가 시행되고 주택업체들이 실수요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중도금 무이자, 이자후불제 등 다양한 금융지원책을 내놓을 전망이어서 실수요자들의 자금 마련에 숨통을 틔워줄 것으로 보인다. 고를 집은 많아지고 주택구입자금은 늘어나는 셈이다.이 때문에 부동산 전문가들은 내 집 마련을 위해 좀더 느긋하게 기다리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부동산 정보제공업체 내집마련정보사 김영진 사장은 “사업장별로 미분양 미계약이 발생하는가 하면 높은 경쟁률로 1순위에서 마감되는 청약 양극화 현상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면서 “한번 당첨되면 향후 5년간 청약자격을 잃는 만큼 ‘승부’를 걸 만한 유망단지에 선별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창원기자 changkim@donga.com

▼분양권 꼼꼼히 살펴야…역세권 반드시 현장 확인▼

요즘 같은 부동산 침체기에 좋은 아파트를 고르는 첫 걸음은 분양광고를 제대로 읽는 데서 시작된다. 그런데 분양광고는 분양회사가 대개 자신들에게 필요한 정보만 싣거나 유리한 정보를 부풀리는 경향이 많다. 따라서 다음의 몇 가지는 조심하면서 확인해야 한다.

우선 ‘지하철 역세권’이나 ‘○○조망권’이라는 표현은 주의해야 한다.

지하철 역세권은 출퇴근이나 등하교에 편리하기 때문에 수요자들이 아파트를 고를 때 중요하게 보는 선택 요건이다. 그런데 부동산 분양광고를 보면 거의 대부분 역세권이라고 표기한다. 그런데 광고에 도보 5분이라고 소개된 곳이 실제로는 어른 걸음으로 10분을 훌쩍 넘는 경우가 적잖다.

심지어 역세권이라고 자랑한 아파트에 막상 입주하면 일반버스나 마을버스를 타고 가야 하는 곳도 있다. 따라서 역세권은 반드시 현장 확인을 해야 한다.

한강이 보인다거나 인근에 공원이 위치, 탁 트인 조망권을 갖고 있다는 광고도 부동산 분양광고의 단골 메뉴. 그러나 같은 아파트, 같은 동이라도 고층이 아니면 이 같은 조망권을 갖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조망권을 가리는 장애물이 있는지, 아파트 주변에 그럴 만한 가능성이 있는 땅이 있는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

‘○○지구’라는 표현도 주의해서 봐야 한다.

일반적으로 지구는 ‘택지개발지구’의 준말로 쓰인다. 택지지구는 토지공사 주택공사 지방자치단체 등이 개발, 분양하는 곳이다. 기반시설이 잘 갖춰지고 대규모 주택단지가 들어서기 때문에 그만큼 인기가 높다. 이런 점을 노려서 일부 회사는 실제로는 아파트가 지구 밖에 위치해 있는데도 ‘△△지구 ××아파트’ 등으로 소개하는 경우가 있다.

대출 조건도 꼼꼼히 살펴야 한다. ‘무이자 대출’ 또는 ‘파격적인 최저 대출 금리’ 등이 많이 쓰인다. 무이자 대출의 경우 대부분의 업체들이 분양가에 금융비용을 얹어 받기 때문에 실속이 없다는 게 정설이다.

평당 분양가가 지나치게 비싸게 책정돼 있다면 십중팔구 이 같은 비용이 포함된 탓이다. 대출금리는 대부분 변동 금리 기준이고, 계약자의 신용도에 따라 대출금리가 달라질 수도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오피스텔이나 주상복합 광고에는 수익률이 자주 등장한다. 분양받은 후 임대하면 연간 수십%의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분양업체 관계자도 “솔직히 10% 수익률을 얻기도 어렵다”고 털어놓는다. 이를 피하려면 분양받으려는 부동산이 있는 주변 임대 여건과 분양가를 감안해 수요자가 수익률을 계산해 봐야 한다.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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