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다. 봄과 함께 부동산 시장도 활기를 찾고 있다. 서울 아파트 가격의 가늠자인 강남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하락세를 멈추고 반등세로 돌아섰다. 일부 지역이기는 하지만 고속철도 정차역과 신(新)행정수도 후보지역을 중심으로 토지시장도 꿈틀거리고 있다. 여기에 주택공급을 늘리기 위해 100만평 이상의 대규모 택지를 대거 개발하겠다는 발표도 부동산 시장에서는 호재로 받아들이고 있다. 반면 정부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땅값과 아파트 가격만큼은 잡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적어도 현 정부 임기동안에는 이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정책은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큰 변수 가운데 하나다. 실수요자나 투자자들로서는 부동산 시장을 둘러싼 이러한 환경의 변화를 면밀히 검토해 신중한 판단을 내려야할 시점이다. 각 분야 전문가들을 통해 올봄 부동산 시장의 변화와 유망 부동산 상품, 주의해야할 점을 점검해 본다.》
▽“아파트 값은 올라도 소폭에 그칠 것”=아파트 가격은 더 이상 떨어지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크게 오를 것 같지도 않다. 자문에 응한 전문가 7명 가운데 3명이 ‘강보합세를 보일 것’, 3명이 ‘보합세 지속’이라는 의견을 냈다. ‘더 떨어질 것’이라는 견해도 1명 있었다.
국민은행 연구소 김정인 연구위원은 “아직 시중에 돈이 많이 풀려있고 이 돈이 마땅히 갈 곳을 찾지 못하고 있다”며 “주택시장에서 가장 큰 불안요인이었던 정부 대책도 이제 한계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아파트 가격이 다소 오를 여지가 있다는 설명이다.
보합세를 보일 것이라는 의견을 낸 전문가들도 그 원인을 정부 대책에서 찾았다.
장성수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실장은 “시장에서는 분명히 가격 상승요인이 있지만 정부가 양도소득세 강화 등 정책으로 억제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대우건설의 장성각 주택사업 담당 상무는 “정부가 집값 급등을 내버려두지 않겠다고 밝힌 의미를 잘 살펴야한다”며 ‘보합세 지속’ 의견을 냈다.
부동산정보회사 닥터아파트의 오윤섭 사장은 비교적 가격 오름세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났다. 오 사장은 “10·29대책 이후 쌓여 있던 급매물은 지난해 말 주요 지역에서는 이미 소진된 상태”라며 “서울 잠실 반포 등 재건축 단지의 아파트 가격 상승이 이미 가시화되고 있고 목동 이촌동 나아가 신도시 지역으로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세금은 안정세를 이어질 듯=전세금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견해가 거의 일치했다. 전세 입주자나 수요자들로서는 올봄 전세금 걱정은 크게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주택공사 산하 주택도시연구원의 김용순 경기동향분석팀장은 “신학기가 일단 끝났고 사교육 대책의 영향도 있어 서울 강남권도 안정세로 접어들 것”이라며 “하향 안정기조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임달호 현도컨설팅 사장은 “올해는 수도권 일부와 충청권에서 아파트 신규 입주 물량이 많아 전세금이 다소 떨어질 것”이라며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안정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주택보다는 토지에 더 관심=주택이든 토지든 투자보다는 실수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그 중에서도 주택보다는 토지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컸다.
임달호 사장은 “아파트의 경우 서울 강남권에서 사업승인이 끝난 재건축 아파트는 실수요자들이 선호하는 만큼 충분한 값어치가 있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투자 유망한 부동산 상품으로 주택보다는 토지를 꼽았다.
장성각 상무는 “정부가 신도시를 대거 개발하겠다고 발표해 개발 가능한 지역의 땅값이 오를 수 있다”며 “수도권에서는 택지난이 갈수록 심각해 땅값 상승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주택시장 안정책은 금방 효과가 나타나지만 토지시장 안정책은 효과가 나오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것.
김용순 팀장은 “강북 뉴타운, 고속철도 정차역 및 신도시개발 유망지역 등 국지적으로 여전히 호재가 있다”며 “개발가능 예정지역은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동산114의 이상영 사장은 토지보다는 부동산 간접상품을 추천했다. 이 사장은 “토지는 리스크가 많아 일반인이 투자하기 어렵다”며 “일정 투자이익이 보장되는 리츠(부동산투자신탁) 같은 간접투자상품도 괜찮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정부 대책이 가장 큰 변수=올봄 부동산 시장도 정부 정책에 웃고 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김정인 위원은 “지난해 아파트 가격도 정부 정책으로 잡혔다”며 “주택거래신고제, 모기지론(장기 주택담보대출) 시행 등 정부 정책에 대해 시장이 어떻게 반응하는가가 가장 큰 주목거리”라고 말했다.
정부 정책 중에서 가장 큰 관심을 끄는 부분은 모기지론 제도 도입. 장성수 실장은 “모기지론 도입이 수요자들의 구매력을 높이기 때문에 이들이 서울과 신도시 아파트 시장으로 몰릴 것 같다”고 내다봤다.
이상영 사장은 경기회복을 부동산 시장의 주요변수로 꼽았고, 김용순 팀장은 금리 움직임을 면밀히 지켜봐 돈의 흐름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광현기자 kkh@donga.com
이은우기자 libra@donga.com
조인직기자 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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