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다음 달 초부터 주택 발코니를 방이나 거실로 개조해 사용하는 것이 합법화된다. 이미 발코니를 개조해 사용하고 있는 아파트도 화재 및 안전 관련 장치를 보완하면 인정받을 수 있게 된다. 발코니를 개조하면 33평형(전용면적 25.7평) 아파트를 기준으로 실내 이용면적이 5∼10평 늘어날 수 있다. 즉 40평형대 아파트에 못지않게 널찍한 실내공간을 가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이유로 발코니 개조가 활발하게 이뤄지리라는 기대감이 많다. 관련 업계는 이미 시장 선점을 위한 치열한 경쟁을 벌일 정도. 하지만 발코니를 무턱대고 방이나 거실로 개조했다가는 큰코다치기 십상이다. 난방시설 설치나 단열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겨울에 춥고, 바닥이나 벽지가 썩는 일도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 발코니 변신은 무죄
발코니를 단순하게 거실이나 방을 확장하는 용도로만 사용할 필요는 없다.
가족 구성원의 변화나 주변 상황을 고려해서 책을 읽을 수 있는 서재나 부부가 야경을 즐기면서 차나 와인을 즐기는 소규모 바(Bar), 간단한 운동기구를 놓는 체력단련실 등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쓰지 않는 물건이나 계절이 지난 옷을 보관할 수 있도록 붙박이장을 설치해 수납공간으로 만들 수도 있다.
아파트 실내 공간의 삭막함을 보완해 줄 수 있는 작은 화단으로 꾸미는 방법도 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아파트 설비나 앞집과의 거리 등이다. 만약 앞집과 많이 떨어지지 않은 곳일 경우 발코니를 방이나 거실로 사용하면 사생활이 고스란히 노출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50평형대 이상에서는 발코니를 방이나 거실로 확장하면 난방시설 용량을 크게 늘려야 한다는 점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20∼30평형대라면 식구 수나 언제쯤 집을 넓혀 이사할 것인가 등을 따져본 뒤 발코니 개조 여부를 결정하는 게 좋다.
○ 발코니 개조 이런 것 주의해야
30평형대 아파트로 앞 발코니에 방-거실-방이 붙은 3베이(Bay) 방식이고 학교를 다니는 아들 딸을 둔 부부가 사는 곳이라면 △거실에 붙은 발코니는 거실로 △안방 발코니는 서재나 체력단련실 등 다목적실로 △앞 발코니 쪽 자녀방은 공부방으로 만드는 게 좋다.
하지만 뒷 발코니는 방으로 확장할지를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 세탁기 등 물을 쓰는 집안일을 할 공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세탁기를 화장실 안에 넣으면 화장실이 비좁아질 뿐만 아니라 고장이 잦다.
또 음식물 쓰레기를 포함해 쓰레기나 잡동사니를 처리할 공간도 필요하다. 무턱대고 실내공간으로 만들었다가는 한여름에 집안에서 음식물이 썩는 냄새로 고생할 가능성도 있다. 철 지난 옷이나 생활도구를 처리할 공간으로 남겨 둘 필요가 있다.
정부가 발코니 개조를 허용하는 대신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한 대피 공간도 염두에 둬야 한다. 만약 대피 공간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발코니 개조 자체가 허용되지 않는다.
○ 발코니 개조했다 후회하는 김 씨
김모(35·회사원) 씨는 3년 전 서울 강남에 30평형 아파트를 마련하면서 앞뒤 발코니를 모두 실내공간으로 개조했다.
아파트가 1980년대 지어진 데다 복도식이어서 30평형인데도 실제 사용하는 면적이 22평 남짓으로 비좁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
거실과 붙은 곳은 거실로, 안방에 붙은 곳은 방으로 개조했다. 또 안방 쪽 발코니에 딸려 있던 창고는 붙박이장으로 개조했다. 뒷 발코니는 주방으로 확장했다. 공사는 2주 동안 진행됐고 500만 원의 비용이 들었다.
발코니 개조 이후 김 씨는 숱한 맘고생을 해야 했다.
우선 바닥 난방을 하지 않은 게 화근이었다. 첫해 겨울, 방과 거실로 개조한 발코니 바닥에서 냉기가 올라왔다. 김 씨는 견디다 못해 이듬해 200만 원을 들여 바닥을 다시 뜯고 난방코일을 깔았다.
확장한 지 2년이 되는 해에는 주방 벽면과 안방 붙박이장 안에 곰팡이가 피기 시작했다. 외부와 실내의 온도차로 이슬이 맺히면서 곰팡이가 생긴 것.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아랫집에서는 거실 벽면이 물에 젖는다며 고쳐 달라는 항의가 이어졌다. 거실 쪽 난방 배관 이음새에 문제가 생기면서 아랫집 거실로 물이 새고, 아래층 거실의 천장 벽지 한쪽이 누렇게 변했던 것.
김 씨는 또다시 거실 바닥을 뜯고 난방공사를 한 뒤 아랫집의 도배비용을 물어줬다. 이렇게 하는 데 150만 원의 비용이 추가됐다.
발코니를 넓힌 뒤 생활도 불편해졌다.
우선 철 지난 생활용품 등 잡동사니를 처리할 수납공간이 없어져 실내가 늘 지저분해졌다. 여름에 발코니 창을 열어 뒀다가 소나기라도 들이치면 실내가 흥건히 젖는 일도 있었다.
이웃집에서 실내가 훤히 들여다 보일까봐 항상 커튼을 치고 있어야 하는 것도 불편했다. 빨래를 하거나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는 것도 문제가 됐다. 김 씨는 “공사를 잘못해 문제가 된 것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발코니는 발코니 그대로 사용하는 게 나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고개를 흔들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30평형대 아파트 발코니 개조 공사 비용 | ||
공사내용 | 비용 | 비고 |
비내력벽, 창호 철거 | 30만 원 | -기본적인 확장공사에 들어가는 금액임-공사 방법이나 마감재에 따라 비용은 차이가 남(벽지, 바닥재, 창호 종류, 난방 시공 방법에 따라 비용은 달라짐)-이중창 설치 시 150만∼200만 원 추가(창의 종류, 창문 수에 따라서도 가격은 달라짐) |
이중창 설치 | 150만∼200만 원 | |
바닥 마루 공사(난방, 바닥 마루 올림) | 30만 원 | |
목공 공사(벽 마감, 천장 내림) | 100만∼120만 원 | |
자료:LG화학데코빌 |
▼발코니 개조 어떻게 할까…인터넷 클릭하면 고민 끝▼
우리 집 특성에 맞게 발코니를 개조하는 방법은 없을까.
발코니 개조 합법화를 앞두고 이런 고민에 빠진 사람들이라면 인테리어용품 제조업체나 리모델링업체들의 인터넷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좋다.
이들은 발코니 개조 특수를 앞두고 나름대로 분야별 전문가를 앞세워 다양한 발코니 활용방안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있다.
LG화학데코빌(www.lgdecovil.com)은 인터넷 홈페이지 초기 화면에 발코니 개조에 대한 전문가 칼럼 코너를 별도로 싣고 있다. 발코니 개조 시 알아야 할 사항들을 ‘Q&A’로 소개하고, 발코니 개조 비용 및 실제 개조 사례 등도 수록하고 있다.
한화종합화학(www.hlcc.co.kr)도 초기 화면 아래쪽에 발코니시스템이라는 코너를 마련해 발코니 관련 자재와 시공방법, 판매점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발코니 개조 업체만 소개하는 인터넷 포털 사이트도 생겼다. 광고기획사 ‘디플랜 애드’가 이달 초 개설한 ‘발코니114(www.balcony114.com)’이다.
네이버(www.naver.com) 다음(www.daum.net) 엠파스(www.empas.com) 등과 같은 인터넷 종합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창에 ‘발코니 개조’나 ‘발코니 확장’ 등을 입력해도 많은 정보를 찾을 수 있다. 다만 너무 많은 사이트와 정보가 올라와 있어 옥석을 가리려면 노력이 필요하다.
건설회사나 부동산 정보 전문 인터넷 포털업체들도 발코니 관련 정보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가장 활발한 곳은 롯데건설(www.lotteapt.net)로 현재 발코니 개조 아이디어를 공모하는 이벤트를 벌이고 있다. 공모전 참가 등록 마감은 다음 달 10일까지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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