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공시가격은 6억 원에 조금 못 미쳐 종합부동산세를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 오른 집값이 반영되는 내년에는 200만 원 이상 종부세를 물어야 할 것 같다. 재산세를 포함하면 연간 400만 원 정도를 보유세로 내야 한다.
그러나 이 부장은 며칠을 아내와 상의한 끝에 “중학교 2학년생 아들이 대학에 입학할 때까지는 어떻게든 버텨 보자”는 결론을 내렸다.
이 부장은 “차라리 정부 관계자들의 말처럼 집값이 좀 빠졌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어차피 떠나지 않을 거라면 집값이 떨어져 종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됐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지켜보는 강남의 ‘실수요자’ 중 상당수는 이 부장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
강남에서 ‘세금 폭탄’을 피해 집을 내놓을 만한 사람은 내년에 양도세율 50%가 적용되는 1가구 다주택자, 자녀 교육이 끝나 홀가분하게 강남을 떠날 수 있는 사람들, 소득이 없는 상태에서 보유세를 물 능력이 없는 노령층 정도로 보인다.
그러나 ‘눈치 빠른’ 1가구 다주택자들은 지난해 8·31 부동산 종합대책이 발표된 뒤 이미 집들을 처분했다는 것이 부동산 업계의 분석이다. 과도한 세금 부담을 더는 버틸 수 없는 ‘소수’만 집을 내놓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연말이면 강남에 아파트 매물이 쏟아질 것”이라는 정부 고위 관계자들의 기대 섞인 발언이 현실화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많은 사람들이 강남 지역으로 이사한 중요한 동기가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라는 것은 틀림없다. 정부는 이 기대감만 꺾으면 강남 집값이 떨어질 것으로 믿는 것 같다.
하지만 강남이 누려온 ‘인기’의 배경에는 다른 지역과 비교할 수 없는 좋은 교육 환경과 생활 여건이 깔려 있다. 정말 강남의 집값을 잡고 싶다면 서울 강북 등 다른 지역에 강남 같은 여건을 만드는 것이 빠르지 않을까.
박중현 경제부 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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