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건축 시장 어떻게 될까
재건축 부담금과 소형평형 의무 비율 등 현 정부가 내놓은 재건축 규제는 대부분 강남지역에 있는 재건축 단지를 겨냥해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재건축 아파트에 대해 논하려면 ‘재건축 규제’와 ‘강남’이라는 지역적 특성을 빼놓을 수가 없다.
○새 정부의 재건축 규제 어디로
서울 강남지역에서는 대통령 선거일인 지난해 12월 19일 이전부터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매물이 회수되고 매도 호가(呼價)가 수천만 원씩 뛰기 시작했다.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과 동시에 시장 참여자들이 발 빠르게 반응을 보인 결과다.
이 후보가 당선되자 강남지역에서는 재건축 규제 등 부동산 규제가 조만간 풀릴 것이란 기대감이 한껏 부풀어 올랐다. 이 여파로 대선 3일 전 시세가 12억 원 정도 하던 강남구 개포동 주공3단지 50m²는 대선 직후인 20일 12억6000만 원으로 단 4일 만에 6000만 원이 뛰었다.
하지만 강남지역이 이처럼 예민하게 반응한 것은 강남지역에 역작용을 일으켰다. 강남이 집값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이명박 당선인 측이 확실하게 깨닫게 됐기 때문이다.
그 이후 이 당선인 측의 부동산 정책 방향은 ‘규제 완화’에서 ‘시장 안정’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징후가 뚜렷해졌다. 부동산 정책을 총괄하는 건설교통부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보고한 이달 7일 인수위 관계자가 “첫째도 가격 안정, 둘째도 가격 안정, 셋째도 가격 안정”이라고 강조할 정도였다.
인수위는 “개발이익 환수 장치를 마련한 뒤 재건축 규제 완화를 검토하겠다”는 방침을 정했고, 현재 건교부가 구체적인 방안을 짜고 있다.
따라서 시장의 관심은 정부가 기존 재건축 규제를 어떻게 재정비할지에 쏠려 있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와 같은 기존 규제를 강화할지, 아니면 기존 규제 중 일부를 푸는 대신 새로운 환수장치를 만들지 여러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이 당선인 측이 ‘부동산 시장 안정’을 국정의 최우선 과제 중 하나로 설정한 만큼 ‘완화’보다는 ‘기존 규제 유지’나 ‘강화’ 쪽으로 결론 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점쳐진다.
○그래도 강남은 간다?
재건축 규제가 유지되는 쪽으로 새 정부의 정책이 정해진다면 재건축 사업은 당분간 현 정부에서처럼 답보 상태를 면치 못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아무리 잘나가는 강남지역이라도 집값이 약보합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지만 ‘강남’이라는 지역적 특성과 가격 결정 원리인 ‘수요와 공급’ 법칙에 비춰본다면 강남 재건축 아파트는 아직도 희소가치가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강남권은 국내 경제1번지인 ‘테헤란로’의 배후 지역으로, 주거와 비즈니스 공간에 대한 수요가 넘쳐나 지금도 주택이나 빌딩의 공급이 수요에 비해 달린다.
현도컨설팅 임달호 사장은 “강남에는 높은 명문대 진학률을 자랑하는 학군과 생활편의시설이 잘 발달해 대기 수요가 항상 넘쳐 난다”며 “실제 거주하려는 목적으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한다면 강남 재건축 아파트는 여전히 매력 있는 투자 대상”이라고 말했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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