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노블리안스]옵션왕이 목숨처럼 지킨 ‘투자원칙’

  • 입력 2002년 8월 20일 17시 40분


두 달 동안 코스피200 옵션을 사고 팔아 500만원으로 1억2100만원을 번 남자가 있습니다. 대우증권이 6월3일부터 7월31일까지 실시한 선물 옵션 실전투자대회에서 24배(2427%)의 수익률을 기록한 이승훈씨(30)가 그 주인공입니다.

이씨는 데이트레이더입니다. 데이트레이더들은 가치투자자들로부터 비난을 받습니다. 그러나 수익률이 이 정도면 뭔가 배울 것이 있지 않을까요. 그것은 바로 원칙입니다.

이씨는 “목숨과도 바꿀 수 없는 원칙이 있어야 합니다. 원칙을 지키면 돈을 잃어도 기분이 그리 나쁘지 않습니다. 하지만 원칙을 못 지키고 돈을 잃으면 자기가 미워 견딜 수가 없습니다”고 말합니다.

원칙 1. 매매일지를 쓴다. 이씨는 오후 3시 장이 끝나면 매매일지를 씁니다. 그날의 장중 그래프를 프린트해서 자신이 사고 팔았던 시점을 체크합니다.

“이렇게 해보면 돈을 벌 때는 왜 벌었는지, 잃을 때는 왜 잃었는지 다 이유가 나옵니다. 다음에 같은 실수를 많이 피할 수 있습니다.”

번 날보다 잃은 날에 쓸 것이 더 많다고 합니다.

원칙 2. 위험을 관리하면 수익만 남는다. “주식은 고수익 고위험이라고 합니다. 즉 위험을 잘 통제하면 수익만 남습니다. 내가 생각하는 방향대로 시장이 움직여서 먹을 때는 많이 먹고, 그렇지 않아서 손실이 날 때는 줄이면 됩니다.”

구체적인 행동지침은 △손해를 보면 기계적으로 손절매하고 △장이 끝나기 전 모든 주식이나 옵션을 처분, 밤을 넘기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원칙 3. 이익은 그날그날 챙겨라. 이씨는 매일 매일 딱 3000만원을 가지고 매매를 시작합니다. 장이 끝난 뒤 계좌에 3000만원 이상의 돈이 있으면 무조건 찾아서 아내에게 주거나 은행 통장에 넣습니다. 그러면 “하루종일 막노동을 하고 일당을 받는 기분”이라고 합니다. 판돈을 키워 한꺼번에 털어먹는 일이 일어날 수 없습니다.

신석호기자
원칙 4. 마음을 다스려라. 당연한 말이지만 많이 번 날은 다음날 기분을 누르고 시작하고, 잃은 날은 마음을 잘 컨트롤해서 게임에 참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씨는 대학 3학년 때인 98년 처음 주식을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200만원으로 시작했고 2000년 7월부터 선물과 옵션을 시작했습니다.

1월에 대신증권이 시행한 선물 옵션 투자대회에서 1382%의 수익률로 2등을 차지했습니다. 몇몇 증권사로부터 직원으로 오라는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지만 원칙에 살을 붙이고 공부를 더 하기 위해 거절했지요. 14일 대우증권에서 상금으로 3000만원을 받은 이씨는 여느 오후처럼 ‘일당’을 받은 마음으로 아홉달된 딸 민경이에게 달려갔습니다.

신석호기자 경제부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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