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내용은 ‘중소기업에서 외국인 노동자가 일시에 이탈하면 나타날 인력문제’였습니다. 안산으로 내려가기 전에 전화로 사전 취재를 한 바로는 중소기업인 사장 10명 중 8∼9명은 “외국인 노동자가 빠지면 당장 문닫을 만큼 큰 타격을 입는다”고 밝혔습니다. ‘취재가 쉽게 풀리겠구나…’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안산에 가서 다시 전화를 걸었습니다. 직접 찾아가겠다고 말했더니 10명 모두 “오지 말라”고 말하더군요. 다들 외국인 노동자 문제를 크게 보도해 달라고 요청했던 사장들인데, 정작 인터뷰는 ‘곧 죽어도 싫다’는 것이었습니다.
까닭을 물어 보니 “아무리 얘기해 봐야 공무원들이 그때만 야단법석이지 문제점이 고쳐지는 것은 하나도 없기 때문”이라고 대답하더군요. 게다가 산업단지공단이나 안산시에서 담당 공무원이 찾아와 사건의 경위를 꼬치꼬치 조사해 가면 자신들만 더 힘들어진다는 것이었습니다.
평소 알고 지내던 도금업체 사장께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랬더니 의외의 말씀을 하시더군요.
“이제 기업 접으려고 합니다. 비전이 있어야 기업을 하지요. 언론에 아무리 문제점이 부각되어도 말짱 도루묵입니다. 결국 나아지는 점은 하나도 없어요.”
사장 Y씨가 줄기차게 요구한 점은 ‘인력확충’입니다. 올 4월 산업자원부 장관과 면담할 때도 인력확충을 건의했고, 기자들이 찾아와 문제점을 취재할 때도 인력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전혀 개선된 점이 없다고 합니다.
박형준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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