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조사가 끝나면 애널리스트들은 ‘파렴치범’ 등등으로 욕을 엄청나게 많이 먹겠지요. 그러나 이들에게 무조건 모든 죄를 뒤집어 씌우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최소한 다음의 세 가지 전제를 충족시킨다면 몰라도.
첫째, 기업이 애널리스트에게 주는 정보가 정확하다. 둘째, 애널리스트들이라면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기업정보를 소화해 수익을 추정하고 주가의 향방을 알아맞힐 수 있다. 셋째, 애널리스트들이 정확한 정보를 주기만 하면 투자자들은 상식적인 투자를 할 것이다.
그런데 제가 보기에는 현실에서는 이 가운데 어떤 것도 충족되지 않고 있습니다.
기업의 IR담당자들은 투자자에게는 물론 애널리스트들에게도 중요한 회사정보를 숨기는 데 급급하거나 무조건 좋다고 떼를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루 이틀, 아니 1∼2년 장사가 아닌데도 당장은 숨기고 보는 경우가 많다는 게 애널리스트들의 하소연입니다.
또 제가 보기에 애널리스트들은 그렇게 대단한 능력의 소유자들이 아닙니다. 주가 전망을 맞히는 것보다 틀리는 경우를 더 많이 봤습니다. 국내 증권사 소속이건 외국 증권사 소속이건 마찬가지입니다. 애널리스트는 하나의 전문직일 뿐입니다.
이번 조사가 개인투자자들에게 주는 의미는 명료합니다.
“지금까지는 정보 차별을 모르고 당했지만, 앞으로는 알고 당할 수 있게 됐다.”
그렇다면 결국 개인투자자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적어도 펀더멘털에 대한 판단에 근거해 투자하려면, 스스로 애널리스트가 되는 수밖에 없습니다. 애널리스트들의 리포트를 통해 추천의견을 보고 따라하지 말고 그들의 기업 분석 방식을 배우고 스스로 적용도 해보고, 또 기업 IR팀에 직접 전화도 해보고.
개인투자자들 스스로 연구하고 고민하지 않는다면, 조사든 제도든 무용지물이 될 것이며 지금까지처럼 외국인의 완력과 기관의 장난에 놀아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철용 경제부기자 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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