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로는 집값 폭등에 대한 대책을 세우라는 언론의 공격에 걱정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속으로는 몹시도 즐거운 것 같습니다.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집값 폭등을 막기 위한 근본 대책으로 ‘신도시 건설’이라는 방안이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지요.
신도시 건설이 본격화되면 건교부 조직을 확대할 수 있고, 예산도 많이 따올 수 있다는 것이죠.
건교부 고위 관계자는 “80년대 말 분당 일산 등 수도권 5대 신도시 개발 때와 마찬가지로 ‘신도시 건설 기획단’이라는 한시 조직을 만들 수 있고, 인력도 대대적으로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습니다.
사실 건교부는 지금까지 업무 비중에 비해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했습니다. 국민 생활과 직결되는 주택, 토지, 도로, 항공 분야를 맡고 있지만 부처 서열이 낮아 예산 편성이나 정책결정 때 ‘힘 있는’ 부처에 밀려왔습니다.
관계 부처 협의 때 기획예산처 눈치를 제일 많이 보는 부처라는 비아냥을 들을 정도였죠.
그러나 집값 폭등으로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고압적이던 재정경제부나 기획예산처가 앞다퉈 건교부에 신도시개발을 서두를 것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예산과 인력을 대폭 늘려주겠다는 말과 함께. 심지어 교육인적자원부마저 집값을 진정시키기 위해 자립형 사립고나 특목고를 대폭 늘리는 문제를 건교부와 협의하겠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정치권도 건교부에 힘을 실어주고 있습니다. 집값 안정과 관련된 정책 협의를 할 때마다 건교부 관리들을 최우선적으로 불러 해결 방안을 찾고 있습니다.
건교부가 연초부터 지속된 집값 폭등에 소극적으로 대응했던 것이 이런 상황을 미리 알고 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송진흡기자 jinhup@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