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실장은 시즌 초반 박 선수가 연패를 당하자 6월18일 힘을 보태주기 위해 삭발을 했습니다. 박 선수를 광고모델로 직접 캐스팅한 것에 책임을 느낀 나머지 박 선수에게 텔레파시를 통해서라도 힘을 불어넣고자 하는 바람이었지요.
술에 취해 갑자기 한 돌출행동이 아니고 숙고한 끝에 내린 결정이었습니다.
집에 들어서는 순간 부인이 남편인지 몰라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합니다. 반면 중고생인 두 자녀는 ‘아빠의 마음을 이해한다’면서 격려해 주더랍니다. 자녀들은 동질감을 느껴 최근에는 이른 새벽녘에 박찬호가 펼치는 경기를 함께 보기도 한답니다.
김 실장은 삭발 후 박 선수가 승수를 쌓지 못해 마음고생이 심했습니다. 회사에 첫 출근했을 때 한 임원은 핀잔을 주기도 했답니다.
박 선수의 부활을 믿은 김 실장은 박 선수의 광고를 다시 찍기 위해 7월 초 미국을 방문했습니다. 박 선수의 경기도 보고 촬영도 했습니다. 이때 국민카드 직원들의 염원을 담은 응원메시지 보드를 전달했습니다.
김연기 국민카드 사장은 “외환위기 때 힘을 주었으니 이제 국민이 힘을 보태줄 것이다”는 요지의 응원문도 보냈습니다.
박 선수는 “국민이나 광고주인 국민카드에 미안하다. 잘 될 것이다”며 담담한 모습이었다고 합니다. 이후 박 선수는 힘을 얻었는지 무려 5연승을 했습니다.
김 실장은 요즘 박찬호 광고가 인기를 얻어 더욱 즐겁습니다. 박 선수가 부진하면 또 삭발할 것이냐는 질문에 “동일한 방법은 두 번 사용하지 않는다”며 다른 카드가 있음을 암시했습니다.
김상철기자 sckim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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