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요즘 은행장들은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샐러리맨에 가깝다는 느낌입니다.
최근 강정원 전 서울은행장이 수행원도 없이 혼자서 한국은행 기자실을 찾아왔습니다. 오전 11시 50분 경이었습니다. 하나-서울은행 합병에 따라 사표를 낸 강 전행장이 인사차 온 것이지요. 기자들과 티타임을 가진 강 전행장은 “지난 2년6개월 동안 후회 없이 일했습니다. 외국계에 넘기는 것보다 하나은행으로 간 것은 잘 된 일입니다”고 담담하게 말했습니다.
강 전행장은 도이체방크 한국대표를 맡고 있던 2000년 6월 49세(1950년 12월생)로 서울은행장에 취임, 40대 행장의 기수로 활약한 분입니다. 시간으로 봐선 점심을 같이 할 법도 한데 그는 차 한잔 마시고 쓸쓸히 기자실을 나서더군요. 강 전행장은 도이체방크로 돌아갈 생각은 전혀 없다고 말하더군요.
역시 40대 기수인 홍석주 조흥은행장(53년 9월생)도 요즘 정신이 하나도 없습니다. 최근 만나본 홍 행장은 몹시 상기된 표정으로 조흥 매각의 부당성을 말하더군요.
홍 행장은 “(조흥 지분 매각에 대해) 정부가 대주주이므로 뭐라 할 말은 없습니만 정부가 졸속으로 처리하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라며 “제가 은행장 자리에 연연해서가 아닙니다. 이제 막 생기가 돌기 시작한 조흥은행이 안타까워서 그러는 것입니다”라고 말하더군요.
홍 행장은 은행장으로 발탁된 뒤 ‘100년 은행’의 명예회복을 주장해 왔습니다. 하지만 조흥은행의 미래가 불투명해지면서 홍 행장의 앞날도 불확실해진 셈이지요. 앞으로 은행권이 인수합병 등을 통해 3, 4개 은행으로 재편되면 4, 5명 정도의 은행장이 추가로 자리를 잃을 것으로 보입니다.
임규진기자 mhjh2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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