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우리 회사 제품을 국내 기업들에 성공적으로 팔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어느 기업인이 업무내용이 실시간으로 다 드러나는 시스템을 좋아하겠습니까?”
이 회사의 제품을 쉽게 설명하면 복잡하게 얽힌 업무 프로세스를 한 눈에 꿰뚫어 볼 수 있도록 도식화한 기판 같은 것입니다.
클릭 몇 번으로 전체 돌아가는 상황 파악이 가능하므로 게으름을 피우는 회사원도, 몰래 비자금을 마련하거나 편법적인 업무처리도 아예 존재할 수가 없게 되는 것입니다.
저는 과거 몇 년간 법원을 담당하면서 많은 경제인들이 검찰청과 법원을 오가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분식회계, 뇌물, 허위 공시, 사기, 배임…. 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사리사욕이 아니라 회사를 위해서였다”고 하소연했죠. 한국에서 회사를 꾸리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아직은 이런 불법행위가 관행인 양 계속되고 ‘운이 나빠’ 들킨 기업들의 호소가 받아들여지는 사회. “물이 너무 맑으면 고기가 살 수 없다”는 논리를 들이대며 어느 정도의 부정행위는 기업활동에 불가피하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들.
민주당 노무현 대통령 후보가 최근 열린 대선 후보 IT 정책포럼에서 “소프트웨어 발전가능성에 큰 확신은 없다”고 한 말도 같은 맥락입니다. 업무의 투명성과 합리화 등이 먼저 확보된 뒤 IT가 접목돼야 e-비즈니스 소프트웨어의 발전이 가능한데 연고주의가 만연한 한국사회에서 제약이 클 것이 우려된다는 의미지요.
최첨단 소프트웨어 산업발전에까지 ‘불투명성 선호’라는 의외의 걸림돌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씁쓸함을 감출 수 없었던 순간이었습니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