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여명에 이르는 대기업 핵심임원들의 신상정보와 성공비화를 해당 기업의 인사스타일, 성장사(成長史), 최근 경영현안 등과 함께 담으려다 보니 어려움이 적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큰 어려움은 500여명의 얼굴사진을 구해서 싣는 일이었습니다. ‘나서지 않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는 기업문화가 여전히 남아 있어서인지 ‘얼굴 없는 CEO’가 의외로 많았습니다. 이 책에 등장할 정도면 모두 한국에서는 내로라 하는 대기업인데 회사에 CEO사진 한 장이 없다니 기막힐 일이었습니다.
또 사진이 있다 해도 상당수는 1950년대 중학교 앨범에나 있는 무표정한 표정이었고, 일부는 크기가 너무 작거나 해상도(解像度)가 낮아 출판물에 도저히 쓸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경영전문가들은 기업의 자산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의 하나로 브랜드를 꼽습니다. 요즘은 그 기업을 대표하는 CEO의 이미지도 그에 못지 않게 중시하는 추세입니다. 빌 게이츠 회장의 브랜드 가치가 마이크로소프트의 브랜드 가치 못지 않다고 보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미국 백악관은 신문을 훑어볼 때 사진-사진설명-제목-기사의 순서로 본다고 합니다. 언론매체나 출판물에서 사진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알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두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CEO의 사진 한 장’이 기업의 마케팅에 끼치는 영향이 가볍지 않다는 것을 잘 알 수 있습니다.
한국의 한 간장회사가 과거에 커피 신상품을 내놨다가 참패한 적이 있습니다. 소비자들이 그 회사의 커피를 볼 때마다 간장의 이미지를 떠올렸기 때문이겠죠.
소비자가 어떤 제품을 집으려다 무표정하고 흐릿한 CEO의 얼굴을 떠올리고 손길을 돌리는 일이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있을까요.
천광암기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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