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스 회장의 연설이 끝날 즈음 저를 포함한 많은 기자들이 요즘 한국사회의 최대 관심사인 반미(反美) 감정 문제를 물어보려고 했습니다. 주최측이 조금 기다려달라고 하더군요. 대사가 계신 자리인지라 ‘민감한’ 질문은 최대한 피해야 한다고요. 모임이 끝난뒤 존스 회장이 기자들이 모여있는 테이블로 왔습니다.
그의 발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한국의 반미 감정이 미국내에서 반한(反韓) 감정을 유발시킬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최근 연이은 반미 시위로 인해 미국인들도 한국에 대해 좋지 못한 감정을 가질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반미 분위기가 지나치게 확산되면 최악의 경우 주한미군 철수나 미국의 한국제품 불매 등 부정적인 결과를 낳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습니다.
그의 지적에는 공감 가는 부분이 꽤 있었습니다. 미국을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고 있으니 미국인들로서는 좋은 감정일 수 없겠죠. 그리고 존스 회장은 ‘만약(if)’의 가능성을 말한 것 뿐이지만 반미 감정이 확산되면 양국의 경제적 군사적 관계에서 득이 될 건 없을 듯합니다.
그렇지만 그는 지금의 반미시위를 유발시킨 미군의 사법 판단에 대해서는 아무 얘기도 하지 않더군요. 반미 감정은 과거부터 언제나 있어왔다면서요.
한국민들의 반미 정서가 단순한 ‘감정’이 아닌 ‘주의’로 확산되고 있는 심각성을 알고 있는지 궁금하더군요.
20여년 동안 한국에 살아온 존스 회장은 한국에 대해 진정한 애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같은 얘기를 했다고 생각됩니다. 그렇지만 그의 말을 들으면서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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