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노블리안스]日 기업이 활력을 잃은 이유

  • 입력 2002년 12월 29일 17시 57분


그룹 총수들은 친목모임에서 무슨 이야기를 할까요?

20일 저녁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전경련 회장단 송년모임이 있었습니다. 부부동반의 친목모임이었지요.

이날은 ‘재벌개혁’을 주장하는 차기 대통령이 당선된 뒤 처음 열리는 모임이라서 언론의 관심이 남달랐습니다. 차기 정부에 대한 회장들의 발언은 이미 보도된 바와 같습니다.

회장들은 송년회에서 한해를 돌아보며 서로 덕담을 했고 해외출장이 유난히 많았던 해라서 각자 해외에서 경험한 얘기를 많이 했다고 합니다.

삼성의 이건희 회장은 일본에서 느낀 ‘세대 교체론’을 말했습니다. “일본은 대기업 최고경영자들이 모두 70대, 80대여서 활력을 잃고 있다. 최고경영자들이 너무 고령이어서 사회 경제적 변화나 고객의 요구가 달라지는 것을 읽어내지 못한다. 일본 기업 가운데 그나마 잘 나가는 소니 혼다 등의 기업들은 최고경영자가 60대, 70대로 비교적 연령이 낮았다. 젊은 경영인들로 바뀌지 않는 한 일본 기업과 경제의 활력을 기대하기 힘들 것 같다. 지금까지는 그동안 축적해온 기술로 먹고살지만 계속 앞서갈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는 요지였습니다. 이 회장은 15라는 숫자와 인연이 깊다고 했습니다. 회장이 된 지 올해로 15년이 됐고 당시 삼성그룹의 총매출이 15조원(정확히는 13조원임)이었는데 15년이 되는 올해는 이익이 15조원이 됐다고요.

올해 활발한 ‘동북아 민간외교’를 펼쳤던 손길승 SK회장도 중국의 지도자 교체 얘기를 하면서 “중국 공산당이 기업인들을 많이 받아들여 이름만 공산당이지 내용은 완전히 바뀌었다”고 했답니다. 중국 지도부가 시대변화에 적응하면서 엄청 젊어졌다고요.

또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은 올해 대만에 정기 항공편을 주 3회 운항하게 됐고, 강신호 회장의 동아제약은 올해 창업 70주년이 되는 등 대기업들에 경사가 많아 서로 축하들을 해주었다고 합니다.

신연수기자 ys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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