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섬 홍도에서 e메일이 왔습니다. 취재 하러갔다가 만났던 한 초등학교 어린이가 보낸 것입니다. 헤어지면서 “아저씨에게 메일 보내면 답장해줄게”라고 했더니 보름만에 편지를 했더군요. ‘가수와 연예인을 자주 만나느냐’는 질문에 “신문기자인 아저씨도 연예인 못 만나는 거는 너랑 똑같다”는 답변을 써서 보내줄 수밖에 없었지만 꼬마 친구의 메일을 읽으며 저는 기분이 무척 좋아졌습니다. 인터넷이 바다를 건너 저와 그 친구의 소통을 가능하게 해준 것입니다.
이번엔 또 다른 바다 얘깁니다. 18일 수원에 있는 ‘장애인 기업’ 무궁화전자에 다녀왔는데 그곳에서 들은 얘기가 제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 직원들 가운데 태어나서 단 한 번도 바다를 본 적이 없다는 사람이 많다는 겁니다. 깜짝 놀랐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여러분도 상상해보세요. 휠체어를 타고 또는 목발을 짚고 해변에 나선 모습을 본 적이 있는지요. 그분들에겐 바다로 가는 것조차 남의 눈을 의식해야 하는 행동이었던 겁니다.
불과 몇 시간 머물렀지만 제 마음은 편치 않았습니다. 장애인 마크가 있는 차량만 공장 바로 앞 주차장까지 올 수 있고 출입문에 문턱이 없는 것 같은 상식적인 배려가 제겐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무궁화전자에선 이번에 동해안으로 특별한 단체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고 합니다. 태어나서 처음 바다를 직접 보게 될 직원들의 얼굴이 떠올라 마음이 푸근해집니다.
저는 한국 사회에서 장애를 갖고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그 낯설었던 느낌만으로 제 마음속에, 그리고 우리 사회에 아직 바다보다 더 건너기 힘든 ‘벽’이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홍석민기자 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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