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보니 그는 그동안 본사가 있는 인천 부평에서만 주로 근무했는데 앞으로는 서울에 있는 GM대우차 홍보실에 정기적으로 출근하기로 한 결심에 따라 이날 사무실에 첫 출근한 것이었습니다.
홍보실 직원들의 소개로 얼떨결에 출입기자라며 인사를 했습니다. 그는 만나자마자 “자동차를 맡은 지 얼마나 됐느냐”고 물었습니다. ‘이번이 처음’이라는 대답을 들은 뒤 그는 바로 “그렇다면 부평 공장에 한번 와서 둘러보는 게 좋겠다”며 옆에 있는 김성수 홍보부장에게 “일정을 마련해보라”고 말하더군요. 보통 국내 홍보담당 임원과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이때 저는 여기가 외국인지 한국인지 잠시 어리둥절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사실상 GM대우차 국내 홍보를 총괄하고 있는 홍보실 김종도 상무도 옆에서 영어로 레겟 부사장과 업무협의를 하는 것을 보고 “세계화가 바로 우리 곁에 와 있다”는 점을 새삼 느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동안 많은 외국 기업들이 국내에 진출했지만 통상 홍보업무는 업무의 특수성 때문에 한국인들이 해온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외국 임원이 직접 국내 홍보 업무까지 하는 것을 보고 “세상이 빨리 변하는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그에게 왜 ‘서울행’을 결심했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는 “한국 언론을 제대로 알고 GM대우차를 정확히 알리기 위해서는 기자들을 자주 만나야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또 “기자들과 GM대우차의 사실인식이나 시각이 꼭 일치할 수는 없지만 앞으로 사실과 다른 기사가 있으면 꼭 전화하겠다”며 조크를 하기도 했습니다. 이날 GM대우차 홍보실을 떠나면서 보니 김종도 상무를 포함해 모든 직원들의 책상에는 영어사전이 놓여 있었습니다.
공종식기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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