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뷰론, 싼타페, 클릭 등 자동차 3대를 굴리고 있는 허씨는 독일계 회사 지멘스코리아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그는 자동차 동호회 ‘티뷰론 오너스 그룹’의 회장이기도 합니다.
사실 저는 그를 만나기 전 ‘직장인이 자동차를 3대나 갖고 있다니 분명히 기이한 사람 일거야’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허씨와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허씨는 자동차를 사랑하는 평범한 사람이며 허씨와 같은 마니아들이 각 산업에 얼마나 큰 기여를 하는지 깨달았습니다.
허씨의 차는 모두 현대자동차의 자동차입니다. 그만큼 현대차에 깊은 애정을 갖고 있었습니다. 기대에 못 미치는 제품을 내놓으면 안타까움을 넘어 울화통을 터뜨립니다. 현대차도 제품개발시 그와 같은 마니아들의 쓴 소리를 경청하려 노력합니다. 최근 현대차가 해외 시장에서 승승장구하는 것도 이런 국내 마니아들의 힘이 있었을 것입니다.
최고급 오토바이의 대명사인 할리 데이비슨은 지난해 47억달러(약 5조5500억원·현대건설, LG화학, KTF 수준)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하지만 할리 데이비슨은 1980년대 초 일본의 야마하, 혼다 등이 오토바이 시장에 들어오면서 경영위기를 맞았습니다. 할리 데이비슨 부활의 선봉에 선 사람들이 바로 ‘HOG(Harley Owners Group)’라는 마니아 그룹이었습니다.
회사측은 세계 각 지역의 HOG 결성을 적극적으로 도왔고 일부 회사 임원들은 이들처럼 몸에 ‘할리’ 마크의 문신을 새기기도 했습니다. 회사가 마니아들의 목소리에 끊임없이 귀를 기울이자 HOG의 회원 수는 전세계 74만명을 넘어섰고 현재 90% 이상이 할리 데이비슨을 재구입하고 있습니다.
어떤 산업이건 상품을 깊이 이해하는 마니아가 많고 그들의 까다로운 입맛에 맞추려는 노력이 뒤따른다면 국내 기업의 국제 경쟁력도 높아질 것입니다.
공종식 경제부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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