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노블리안스]김태한/제품 경영문구도 경영기법

  • 입력 2003년 7월 27일 18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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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커피를 엎질러 맥도널드 햄버거로부터 수백만달러의 배상금을 받은 미국 할머니 얘기를 기억하십니까? 제조물책임(PL·Product Liability)법 시행 1년을 맞아 국내에서도 비슷한 분쟁이 늘어날 전망입니다.

맥도널드 사건 이후 각 기업은 PL 소송에 대비해 경고문구 작성에 많은 신경을 쏟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고양이 등 살아있는 동물을 넣지 말라’는 경고문을 만들어낸 전자레인지 업체들입니다. 소비자가 고양이 털을 말린다고 전자레인지에 넣었다가 고양이가 타죽은 소동 끝에 이 같은 경고문이 등장했다고 합니다.

‘소송의 천국’ 미국은 PL 관련 분쟁이 워낙 잦다보니 소비자 경고문구는 다양하다 못해 상상력이 존경스러울 정도입니다.

인터넷을 검색해 봤더니 ‘옷 입은 채 다림질하지 마시오’(다리미), ‘콧구멍이나 귀에 건전지가 박히면 병원에 가시오’(건전지), ‘뒤집지 마시오’(케이크) 등 재미있는 사례들이 많더군요. ‘주의 땅콩 들어 있음, 봉지를 뜯은 후 드시오’라는 땅콩 과자 업체의 경고문은 ‘개그콘서트’의 ‘9시 언저리 뉴스’를 떠오르게 합니다.

이 밖에 미국의 헤어드라이어 업체들은 ‘샤워 중이나 잠자는 중에는 절대로 쓰지 마시오’라는 경고를 애용합니다. 소니의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2에는 ‘CD구멍에 손가락이나 성기를 넣지 말라’는 경고가 들어있습니다. 좀 알려진 사례로는 어린이용 슈퍼맨이나 배트맨 의상에 꼭 포함되는 ‘이 옷을 입고는 날 수 없다’는 경고문도 있습니다.

국내 제품은 어떨까 궁금해 주변의 제품들을 살펴봤더니 미국의 사례만큼 상세하지도, 상상력이 풍부하지도 않더군요.

PL이나 제품 경고문 등을 소비자 만족을 높이기 위한 경영기법이 될 수 있다는 차원에서 보면 국내 기업들도 제품 경고문에 좀 더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는 생각입니다.

김태한기자 freewi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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