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제약회사 사람들에게 ‘약이 안 팔려 걱정’이라는 얘기를 많이 듣습니다. “경기가 안 좋아 아파도 병원에 가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지요. 제가 어렸을 때 시골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감기 들거나 배가 아파도 약을 먹지 않고 2∼3일 버티는 것을 곧잘 보았습니다. 먹고 살 게 없던 시절에나 아파도 약 안 먹는 줄 알았더니 요즘도 서민 형편이 그 정도로 좋지 않은 모양입니다.
약이 잘 안 팔리는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고 합니다. 3년 전부터 시행되고 있는 의약분업으로 한국 제약업체의 약이 잘 안 팔린다는 겁니다. 의약분업으로 의사가 내린 처방전이 공개됩니다. 잘 안 알려진 약을 처방하면 환자는 물론 약국에서 ‘이 의사 요즘 공부를 안해서 최근에 나온 약을 잘 모르는 모양이군’이라며 한수 접고 봅니다. 그러니까 다국적 기업이 만드는 잘 알려진 약 중심으로 처방전을 써 불필요한 오해를 피하려고 한답니다.
요즘 성형수술을 하는 사람이 줄어 이례적으로 할인해주는 병원이 많다는 얘기는 이미 구문(舊聞)이 된 지 오랩니다.
한동안 유행하던 치열교정도 상당히 줄었습니다. 한약방에 가서 보약을 지어먹는 사람도 갈수록 줄어들고 있습니다.
지난 광복절에 택시를 탄 제 친구는 ‘업어주고 싶다’는 기사의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고 합니다. 손님이 없어 30분이나 1시간 빙빙 돌다 그 친구를 보자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는 것이지요.
동대문이나 남대문 상가는 최대 대목인 추석을 앞두고서도 썰렁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단군 이래 최대의 위기였던 외환위기 때보다 체감경기가 더 나쁘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안타까운 일입니다.
홍찬선 경제부기자 h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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