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3월에 금융계 1호 지주회사로 출범한 우리금융이 어쩌다가 이런 상태에까지 이르게 된 것일까요.
문제의 발단은 우리은행 임원들이 우리카드를 은행에 재합병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면서 시작됐습니다.
우리은행 임원들은 금융감독원 감사 결과 심각한 경영부실이 드러난 우리카드를 다시 우리은행에 합병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습니다.
이에 대해 우리금융은 우리은행이 모(母)회사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행위라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우리은행이 우리금융그룹의 전체 사업 가운데 80∼90%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우리카드마저 흡수하면 지주회사인 우리금융은 유명무실해 질테니까요.
우리금융은 결국 우리은행의 최병길 경영기획본부장과 김영석 신용관리본부장 등 핵심 부행장 2명에 대해 정직(停職) 이상 중징계를 요구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여론은 우리금융그룹의 편이 아니었습니다. 시장원리로 보면 우리카드를 다시 합병시키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는 긍정론도 나왔습니다.
그러자 우리금융은 ‘부적절한 회계처리’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우리은행이 부실자산을 정리하면서 생긴 이익 1983억원을 2·4분기에 이익으로 잡지 않아 순이익을 과소계상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금융에 대한 따가운 여론은 크게 바뀌지 않았습니다. 이익을 부풀린 것도 아니고 보수적인 회계처리를 한 것인데 담당 임원을 중징계할 필요까지는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금융감독위원회와 금감원이 나서서 강력한 어조로 조속한 해결을 촉구하고 있으니 이번 우리금융-우리은행 갈등은 조만간 어떻게든 봉합될 것입니다.
그렇다 해도 이번 사건은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깁니다. ‘주인 없는 회사’의 전문경영인들간 자리싸움에서 비롯된 것 같다는 느낌 때문입니다.
우리금융의 윤병철 회장과 전광우 부회장, 민유성 재무담당 부회장, 우리은행 이덕훈 행장 등 우리금융그룹 경영진은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습니다. 혹시 이번 일이 경영진 교체를 앞두고 유리한 입지를 차지하려는 사람과 제 자리를 지키려는 사람들의 ‘샅바싸움’ 성격은 없는지 궁금합니다.
신치영 경제부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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