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는 얼굴을 찾아볼 수 없고 세상의 모든 근심을 짊어진 것처럼 복도 등에 쭈그리고 앉아있는 모습을 보면 측은한 마음이 절로 듭니다.
최근 들어 이들을 구제해주겠다는 금융기관의 채무조정안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지만 뜻밖의 일이 벌어지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이른바 ‘모럴해저드 ’문제입니다.
빚을 못 갚는 상당수는 ‘정말 갚을 돈이 없어서’이지만 이 중 ‘버티기’식의 신용불량자들도 적지 않다는 게 금융기관 담당자의 전언입니다.
이들 때문에 금융기관과 정부가 골치를 앓고 있습니다.
이 같은 사태는 16일 ‘한국자산관리공사(KAMCO·캠코)가 최고 70%의 채무를 탕감해준다’는 내용이 보도되면서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었습니다.
캠코는 “일반적으로 원금 30% 탕감이며 다만 6개월간의 특별 이벤트 기간에 갚으면 최대 원금 50%(원리금 기준으로 70%)를 깎아 준다는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캠코 경영진 중 누군가가 이 ‘특별 이벤트’를 강조해 언론에 흘렸고 모든 관심의 초점이 이 특별 이벤트에 집중되어 버린 겁니다.
마침내 혼란이 가중되자 금융감독위원회가 23일 실태 점검에 나섰습니다. 결국 캠코의 빚 탕감규모는 다소 줄고 시행 시기도 다소 늦춰질 가능성이 현재로선 높습니다.
캠코가 느닷없이 이런 ‘채무 탕감안’을 들고 나온 배경에 대해 말이 많습니다.
일각에서는 부실채권정리기금법이 지난해 말 종료되면서 자산관리공사의 가장 큰 업무였던 기업 워크아웃이 거의 끝나간 상황에서 캠코가 부실채권시장에서 본격적인 목소리를 내기 위한 사전포석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확대된 조직에 걸맞은 일거리를 계속 찾기 위해서라는 해석이지요.
이유야 어찌됐건 캠코의 미숙한 결정이 좋지 않은 후유증을 남겼다는 판단입니다.
이번 후유증이 부디 향후 신용불량자 처리의 좋은 밑거름이 되길 바랍니다.
박현진기자 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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