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노블리안스]이강운/워런 버핏의 '낭비나라 절약나라論'

  • 입력 2003년 11월 9일 18시 35분


코멘트
미국의 살아있는 투자 귀재 워런 버핏은 최근 포춘지(10월 26일자)기고를 통해 “내 72년 인생 중 처음으로 작년에 달러 이외의 다른 나라 통화에 투자했다”고 고백했습니다.

미국의 무역적자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서 달러가치 하락을 피하기 어렵다고 본 것입니다.

그는 무역적자의 심각성을 설명하기 위해 ‘낭비나라 절약나라’라는 가상의 국가를 등장시킵니다.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자급자족하면서 살아가는 ‘절약국’과 ‘낭비국’ 두 나라가 있다. 어느 날 절약국은 ‘ 식량을 나눠줄테니 그 대가로 낭비국 화폐로 표시된 채권을 달라’고 제의하고 낭비국은 이를 받아들인다. 절약국은 나중에 이 채권으로 낭비국 자산을 모두 사버린다. 낭비국은 돈으로 식민지가 된다.”

미국은 1980년대 초반까지 플러스의 해외 순투자액을 유지한 절약국입니다. 그러나 70년대말 적자전환 이후 최근엔 무역적자 규모가 국민총생산(GDP)의 4%를 넘어섰습니다. 또 2조5000억달러의 빚을 진 순채무국으로 전락했습니다. 워런 버핏은 “미국의 무역적자는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미국 국부(國富)가 50조달러라고 추정하면 국부의 5%가 이미 외국으로 넘어갔다”고 걱정했습니다.

그는 무역적자의 해결방안으로 ‘수입허가증(Import Certificates, ICs)’ 교부를 주장합니다. 수출업자가 100달러를 수출하면 100달러어치를 수입할 수 있는 ICs를 준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교역을 하면 무역수지는 균형을 이루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는 “이 방안이 미국과 세계 교역의 총량을 증가시킬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경제학 교과서는 ‘관세나 수입쿼터는 모두 국내 가격을 상승시키고 경제적 순손실을 초래한다’고 가르칩니다. 저는 수입총량을 규제하는 방식이 어떻게 무역총량을 증가시킬 수 있는 것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그가 외국통화에 투자할 정도로 미국의 무역적자가 심각하고, 이의 해소를 위해 규제를 주장하는 다소 엉뚱한(?) 접근방식이 놀라울 따름입니다.

이강운기자 kwoon90@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