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교류 기본 취지는 공직사회에 개방과 경쟁의 원리를 도입하자는 것입니다. 또 부처간 이해(理解)와 협력을 높이고 부처 이기주의와 핵심 관료의 ‘보직 나눠먹기’를 없애자는 목적도 있습니다. 김진표(金振杓) 경제부총리는 “앞으로 2개 이상 부처의 국장을 하지 않으면 진급하기 힘들 것”이라며 의욕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일선 부처 공무원들은 총론에는 대체로 동감하면서도 각론에서는 약간 다른 반응을 보입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글쎄요?”입니다. 국장 몇 자리 바꾼다고 해서 부처간 이해가 깊어지고, 경쟁이 활성화되겠느냐는 것입니다.
정부 정책의 일관성에 대한 불신도 숨기지 않습니다. 이번 첫 교류는 현 대통령의 임기 중인 만큼 ‘친정 부처’로 돌아온다는 약속이 지켜지겠지만 두 번째, 세 번째 교류 때도 이어진다고 누가 보장할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여당이던 옛 민주당에 전문위원으로 파견 나갔던 고참 국장들이 대통령 탈당 후 졸지에 ‘낙동강 오리알’이 돼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한 사례도 들었습니다.
이런 분위기 때문일까요. 이달 중순까지는 관계부처간 협의를 끝내고 설 전에 인사를 해야 하는데 아직 희망자가 나서지 않아 ‘강제 지명’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며 걱정하는 부처도 있다는 후문입니다.
대상자들의 개인적인 고민도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우선 1급 승진을 기대하는 고참 국장들은 지금 있는 부처에서 승진하기를 원합니다. 그러나 승진이 어렵다면 차라리 다른 부처에 갔다가 들어오면서 승진하겠다는 생각을 하는 공무원도 있습니다.
중앙인사위원회 이성렬(李星烈) 사무처장은 이번 방침을 발표하면서 ‘굉장한 모험’이라고 했습니다. 기본적으로 ‘모험 회피집단’인 공무원 조직에서 ‘부처간 인사교류’가 과연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궁금합니다.
김광현기자 kk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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