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장이 생각하기에 가장 감성적 경영을 했던 CEO는 김일성 북한 주석이라고 합니다. 김주석은 신임하는 부하의 생일에 BMW나 최고급 양주를 선물했다는군요. ‘제왕’에게서 고가의 선물을 받은 부하들은 당연히 눈물을 흘리며 충성을 맹세했답니다.
한국에서도 감성으로 무장한 CEO들이 최근 등장하고 있지요. 대표적인 분이 LG산전의 구자홍 회장입니다. 그는 LG전자 회장, 부회장 시절 직원들의 생일에 e메일을 보내거나 자신이 읽은 책을 선물하기도 했습니다. 직원의 경조사를 챙기는 CEO들은 이 밖에도 많지요.
이 사장은 직원에게 ‘당신이 밤늦게까지 일한 덕분에 우리 회사가 발전한다’는 메일을 보내 격려하거나 사내 인트라넷 게시판에 불만사항이 올라오면 직접 답변하곤 한답니다.
감성적 CEO들이 등장하게 된 것은 ‘실적 위주’의 기업환경과 관련이 크다는군요. 연봉제가 도입되면서 실적으로 한 사람의 가치가 매겨지는 최근의 근로환경은 인재를 한 회사에 잡아두기 어렵게 만듭니다. 다른 회사에서 더 높은 연봉을 제시하면 언제라도 떠날 수 있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지금은 인재를 얼마나 확보하는가가 기업 생사를 좌우하는 시대입니다. 신사업을 개발하고 끊임없이 변신하지 않으면 ‘생각의 속도’로 바뀌는 기업 환경을 따라잡지 못하고 결국 기업은 서서히 망하게 됩니다. ‘가까운 미래’를 발굴해내기 위해 인재 확보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는 말이지요.
인재를 붙잡아 두기는 해야겠고, 사람은 쉽게 떠나고, 남은 일은 감성에 호소해 기업에 대한 충성도를 높이는 일이겠지요.
이 사장은 “감성적 CEO와 감정적 CEO는 다르다. ‘힘들어서 못해먹겠다’라는 말을 내뱉는 CEO는 감정적 CEO다. 역사를 봐도 감정에 휘둘리는 CEO는 결국 잘 되지 않는다”고 말을 맺었습니다.
하임숙 경제부 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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