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노블리안스]조인직/어설픈 40평형과 야무진 30평형

  • 입력 2004년 4월 18일 18시 03분


젊은 샐러리맨들의 꿈이라고 하면 ‘10억원 만들기’가 첫손에 꼽힙니다. 서울 강남에서 ‘30평형대 아파트 마련’도 비슷한 의미로 쓰입니다.

그렇지만 요즘 부동산 중개업소에 가보면 ‘강남 30평 아파트’란 말은 더 이상 대표성이 없다는 말들을 많이 합니다. 같은 구, 같은 동, 심지어 같은 골목 안이라도 워낙 가격 차이가 심해 더 이상 한묶음으로 얘기하기 어렵다는 뜻이죠. 같은 30평형대라도 시세가 20평형대 혹은 40평형대에 가까운 것으로 나뉩니다.

서초구에서 노후한 모 아파트 33평의 경우 평균 시세가 4억원입니다. 잠원동 동아아파트 24평형의 상한가가 4억8000만원가량인 것을 감안하면 30평형대라는 말이 무색해집니다. 강남구 대치동 개포우성아파트 31평형 상한가는 9억원입니다. 단지 내 대치초등학교-대청중학교라는 학군프리미엄이 큰 원인입니다. 반경 100m가량 떨어진 주변 아파트 30평형대는 6억5000만∼8억5000만원대에 가격이 형성돼 있습니다. 같은 대치동이지만 우성아파트와 두세 블록 떨어진 곳의 40평형대 중에는 8억5000만∼9억5000만원대인 곳도 적지 않습니다.

‘고가(高價) 30평형대’의 조건은 무엇일까요? 전용면적 25.7평 이상, 여기에 2000년 이후 지어진 곳이 일단 높은 점수를 받습니다. 설계평면의 효율성이 높아져 실제 사용공간이 늘어나고 화장실 2개, 방3개를 알차게 쓸 수 있는 게 장점입니다. 물론 가구 수가 많고 단지 내에 좋은 초·중학교가 있느냐, 자연환경이 좋으냐 등은 이보다 상위 변수겠죠.

부동산 전문가들의 관측도 엇갈립니다. 3, 4명이 한 가족을 이루는 신세대를 중심으로 ‘어설픈 40평형보다 야무진 30평형이 낫다’는 생각이 대세로 자리잡아 30평형대 시세가 더 올라갈 것이라는 의견이 그 하나입니다. 반면 40평형 이상 대형 평수가 강남지역에 품귀현상을 빚게 되면 상대적으로 30평형대는 가격이 낮아질 것이라는 분석이 맞서고 있습니다.

조인직기자 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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