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컨설팅회사인 베인&컴퍼니 이성용 대표가 두 달 전 대한상공회의소가 주최한 간담회에서 한국기업 CEO의 리더십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위계질서에 근거한 전통적 ‘보스’ 스타일을 대체할 새로운 리더십이 제시되지 못해 기업들이 심각한 리더십 부재 위기를 겪고 있다”는 게 발언 요지입니다.
다른 시각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토종 컨설팅회사인 네모파트너즈 정택진 사장은 “자금 기술 정치 등 한국기업 CEO들이 처한 현실과 제약을 감안할 때 이 정도의 실적을 보여주는 것은 대단한 것”이라며 예찬론을 폈습니다.
그는 “한국 CEO들이 미국에 가면 ‘펄펄 날아다닐 정도’의 뛰어난 실적을 보일 것”이라는 말도 잊지 않았습니다.
그가 한국의 정치적 환경을 언급한 대목은 인상적입니다. 대기업 총수들이 자원도 기술도 없는 불모지에서 반도체나 자동차처럼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기업을 키워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적으로 크게 존경을 받지 못하는 데는 정경유착에 대한 국민의 부정적 인식이 크게 작용하고 있으니까요.
기업을 위해 정치권에 ‘보험료’를 냈다는 하소연에 이해가 가는 측면도 있지만 기업에 숨겨진 약점이나 불확실한 경영 변수가 많다는 반증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지난 총선 때 기업에 손을 벌린 정치인이 거의 없었다고 하니 반가운 얘기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제는 정치자금 풍토가 쇄신됐다고 단정적으로 말하긴 어렵지만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음은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해외기업 CEO를 △고공행진형 △수직상승형 △기사회생형 △돌발추락형 △위기반복형 등 5가지 유형으로 분류한 적이 있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유형은 두 말할 나위 없이 고공행진형과 수직상승형, 기사회생형이겠죠.
한국기업의 CEO들이 미국이 아닌 한국에서 펄펄 날아다니는 날을 학수고대해 봅니다.
이원재 경제부기자 w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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