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부, 통일부 차관 등 정부측 인사와 국회의원, 개성공단 실무진 등이 7대의 버스에 나눠 타고 군사분계선을 넘었습니다.
이때 느낀 몇 가지 단상(斷想)을 말해볼까 합니다.
우선 서울과 개성은 참 가깝다는 것을 피부로 느꼈습니다.
출발 전 아침을 서울 경복궁에서 먹었습니다. 버스를 타고 남북한의 출입국 검문절차를 모두 거치고, 준공식 연설이 한창 길게 진행됐어도 점심 때가 안 됐더군요.
선죽교에서 한복 입은 북한의 아줌마 안내원으로부터 정몽주가 이방원에게 살해당한 이야기까지 다 듣고 나서야 자남산 여관에서 단고기(보신탕의 북한식 명칭)로 점심을 먹었습니다. 갔던 버스로 경복궁에 되돌아온 시간이 오후 4시40분, 아직 저녁 시간이 안 되었습니다.
다음으로 느낀 것은 개성의 공기가 참 맑았다는 점이었습니다.
개성은 직할시로 북한에서는 꽤 큰 도시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개성공단에서 시내 중심가로 가는 동안 제가 본 차량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였습니다. 가끔 군용트럭 같은 차량이 있었지만 버스나 승용차 같은 사람 이동용 차량은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대부분 걷거나 자전거를 이용하고 있었습니다. 북한 경제사정의 한 대목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이었습니다. 개성의 공기가 좋은 근본적인 이유도 여기에 있었습니다.
남한의 대도시들처럼 차량이 너무 많아 공기가 탁한 것도 골치지만, 그나마 공기를 나쁘게 할 만한 차량마저 없다는 것은 더 큰 문제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북한에서 남한으로 건너오는 출입국 검문소 바로 직전 좌판대에서는 술, 고사리, 경옥고 등 토속제품을 많이 팔았습니다. 달러나 유로만 받는데 인삼주, 뱀술은 대략 10달러 안팎이었습니다. ‘북한산 비아그라’도 있었는데 60달러나 했습니다.
개성 시내에서는 스카프를 두른 아주머니들이 남한의 노점상 비슷하게 과일 등을 파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개성에서도 이윤 남기는 장사를 할 수 있는 모양입니다.
김광현 경제부기자 kkh@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