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예산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이렇게 투자자들을 ‘유혹’하고 있었습니다.
수도 이전 지역이 사실상 확정된 뒤 7, 8일 해당지역인 충남 공주시-연기군과 배후지역들을 다녀왔습니다. 토지거래 규제가 거의 없는 아산 예산 홍성 등지에는 비가 오는 가운데에도 현장을 찾은 외지인 투자자들이 많이 눈에 띄었습니다.
국도변 가건물에는 아직 간판도 달지 않은 채 영업을 시작한 발빠른 중개업소도 있었고, ‘토지상담 명의변경 OK, 01X-…’ 등의 현수막들은 도로변 과속 단속 카메라 만큼이나 많았습니다.
배후지역 토지 중 일부는 며칠 새 두 배 이상 호가가 뛰기도 했죠. 국도변과 농지 앞에 주차돼 있는 고급 자동차들에는 ‘서울’이나 ‘경기’ 번호판이 붙어 있었습니다.
수도 후보지 인근과 배후지역은 아파트 값도 강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신규 공급 초과와 경기불황 등으로 분명 가격하락 요인이 있으나 수도 이전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매물을 다 거두고 있다는 게 중개업자들의 말이었습니다.
연기군과 20km 남짓 떨어진 대전 노은1지구 아파트는 평당 900만원선으로, 이미 서울 일부 지역보다 가격이 높아졌습니다.
그러나 정작 공주시-연기군 원주민들은 크게 기쁜 기색이 없었습니다.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명분이나 ‘우리 고향이 개발된다’는 데는 대체로 수긍했지만 ‘아무리 좋은 일이라도 지역민들에게 한마디 상의도 없이 그럴 수 있는 거냐’ ‘주변 땅값이 이미 다 올랐는데 토지 보상 받는다고 어디 가서 방이나 한 칸 구하겠냐’며 불만을 터뜨리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정부는 수도 이전에 대한 검증 요구를 ‘정치적 행위’로 일축하고 이전 절차를 일사천리로 진행시키고 있습니다. 돈 많고 순발력 있는 외지인 투자자들은 좋은 매물을 다 추려가고 있습니다.
그 와중에 정작 고향을 지켜온 원주민들의 물질적, 심리적 박탈감은 더 커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인직 경제부기자 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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