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어려우니 돈 없는 서민이야 당연히 어렵겠지’라는 식이었죠. 서민이 왜 힘든지를 진지하게 고민해 본 적이 없었던 셈입니다.
한국의 최고 상권인 서울 명동에서 만난 영세 상인들은 한결같이 “장사가 위험하거나 부진해도 달리 할 게 없다”고 털어놨습니다.
서울 명동 은행회관 인근 골목에서 구둣방을 하는 박 모씨. 그는 최근 큰 손실을 입었습니다. 박씨가 불법 상품권 유통업자로부터 사서 일반 소비자에게 되판 10만원짜리 상품권 20장이 도난품이었던 겁니다. 백화점은 해당 상품권 거래를 중지시켰죠. 이 상품권을 구입한 사람들이 박씨에게 몰려와 환불을 요구했고 박씨는 돈을 돌려줬습니다.
그래도 박씨는 상품권 매매를 계속하겠답니다. “위험해도 할 수 없어요. 구두만 닦아서 어떻게 먹고 삽니까.”
명동거리엔 ‘달고나’(설탕과 소다를 녹여 만든 즉석 과자)를 파는 아줌마 윤모씨가 있습니다.
“연일 비가 오고 날도 더운데 ‘달고나’ 먹을 사람이 있겠어요. 그래도 나와야죠. 입에 풀칠하려면….”
윤씨의 설명이 이어집니다.
“비수기라고 안 나오고 잘 안 팔린다고 업종을 바꾸는 건 제게 사치예요. 이 자리라도 지키려면 꼬박꼬박 나와서 구청 직원에게 인사하고 눈도장 찍어둬야죠.”
구둣방 아저씨와 달고나 아줌마는 ‘어쩔 수 없이’ 장사하는 ‘한심한 장사꾼’인 셈입니다.
“어떻게든 하루 5만원만 벌었으면…”하는 게 이들의 소망입니다. 외환위기 때나 지금이나 그 소망은 별로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이들은 경제가 계속 어려울 거라는 말이 신문에 나올 때마다 겁이 더럭 난답니다. 단골 손님이 구두를 덜 닦지 않을까, 학생들이 ‘달고나’를 안 사먹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입니다.
영세상인들이 더 겁내는 건 경제위기론이 과장됐다는 대통령의 현실 인식입니다. “우린 정말 힘든데…” 아마 구둣방 아저씨와 달고나 아줌마는 자신들을 못 본 척하는 정부 때문에 더 외로운지도 모르겠습니다.
홍수용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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