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베스트 애널리스트’가 외국계 증권사로 옮기는가 하면 사업하겠다며 증시를 등지는 사람도 생겼습니다.
프로 애널리스트가 사라지는 2004년 가을. ‘애널리스트에 관한 보고서’ 한편을 소개할까 합니다.
최근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들이 잇따라 사표를 냈습니다. 최승일, 이상미, 강희주 연구원이 한꺼번에 외국계 증권사로 옮긴 거죠. 우리증권 김익상 연구원은 건설업을 한다며 증시를 떠났습니다. 애널리스트가 떠난 증권사는 “대신 올 사람이 많다”며 담담한 표정을 짓더군요.
한때 ‘증시의 꽃’으로 대접받던 애널리스트의 위상이 추락한 이유가 뭘까요. 최근 외국계 증권사로 간 L씨의 주장은 이렇습니다. “국내에선 소신껏 일을 못해요. 기업 분석 결과와 상관없이 회사 방침에 따라 투자의견을 내고 목표가격을 조정하는 판이니까요.”
기업 실적 발표가 한창이던 7월 말 A증권사의 정보기술(IT) 담당 애널리스트는 “지점 투자설명회에 참가하라”는 지시를 받았답니다.
당시 상황을 회고하던 그의 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랐습니다. “실적을 분석해야 한다고 항변했지만 도리가 없었어요. 결국 다른 애널리스트보다 하루 늦게 보고서를 냈습니다.”
애널리스트의 위상 추락은 증권업계가 자초한 셈입니다. 소신이 헌신짝 취급을받고 가욋일이 많은 현 풍토에선 애널리스트의 이탈이 이어질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투자자도 피해를 봅니다. 제대로 된 분석 보고서가 사라지면서 가치 투자를 하기 어려워지는 거죠.
애널리스트는 이유 없이 소신을 굽혀선 안 됩니다. 증권사는 애널리스트의 분석 결과를 존중해야 합니다. 애널리스트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면 증권사를 찾는 고객이 늘기 마련이겠죠.
개인투자자가 증시를 외면한 지 오랩니다. 그 원인 중엔 무조건 주식을 사라며 기업 ‘홍보맨’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 일부 애널리스트의 창피한 보고서가 끼어 있다는 점을 증권업계가 알았으면 합니다.
홍수용 경제부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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