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노블리안스]조인직/‘개발 바람’ 기대와 우려

얼마 전 ‘전국 땅 투기 열풍’ 취재차 전남 해남과 영암 등지를 다녀왔습니다. 이 일대 3000여만평은 이른바 ‘J프로젝트’라 불리는 관광레저단지 개발계획이 진행 중인 곳입니다.

개발예정지역인 해남군 일대 신생 중개업소들이 보여 주는 ‘예상 도면’을 보니 골프장 카지노 에듀타운 바다리조트 등 없는 것이 없더군요.

동남아와 중국의 지도를 함께 붙여 놓고 “외국 관광객들의 동선(動線)을 고려할 때 서남해안이 뜰 수밖에 없다”며 때 이른 분석을 내놓는 곳, ‘기업도시’ 물망에 올랐다고 해서 ‘관광기업도시’ 이름을 발빠르게 붙인 곳도 눈에 띄었습니다.

목포에서 원정 온 한 중개업자는 “사우디 왕자, 미국 부동산 재벌이 외자 유치 가계약을 맺었다는 소문이 있다”며 그럴듯한 설(說)을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그나마 요즘엔 원주민들도 기대심리가 워낙 높아져 매물이 잘 나오지도 않는다면서요.

상당수 마을사람들은 낙후된 고장을 살릴 기회가 아니겠냐며 반기고 있었습니다. 한 20대 젊은이는 “동네 어른들이 우리 마을은 귀신도 비켜 갈 정도로 조용한 곳이라고 했는데 서울 차들이 몇 달새 계속 오고가니 사람 사는 동네 같다”고 말했습니다.

특작물인 배추 농사가 시들해지고 농가부채도 속절없이 늘고 있는데 농민들도 한몫 챙길 기회는 있어야 형평에 맞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반면 한 마을 이장은 “마을사람 중에 ‘브로커’로 나선 사람들이 많아 큰소리로 싸우는 광경도 몇 번 벌어졌다”며 우려섞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은밀한 곳에서 계약서를 써 준 뒤 이후에는 연락이 안 되는 ‘외지인 브로커’도 일부 활동 중이라고 합니다.

몇몇 70대 노인은 좀 더 신중한 분위기였습니다. “1990년대 초반에도 주변에 섬을 개발한다고 그래서 땅값이 반짝 올랐다가 다 떨어졌다”거나, “돈이 30조원이 넘게 필요하면 신행정수도 예산이나 별반 차이도 없다면서, 정말 되겠어?”라며 저에게 반문하기도 했습니다.

조인직 경제부기자 cij199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