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구에서부터 CCR와 블리자드의 부스가 자리 잡고 있어 불꽃 튀는 한미 온라인 게임 전쟁이 진행 중임을 피부로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CCR는 올해 한국 온라인 게임의 히트작인 ‘RF온라인’을 만든 회사입니다. 블리자드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라는 게임으로 한국 시장 1위를 차지하겠다고 장담할 정도로 최근 인기를 모으는 미국의 게임 개발 회사죠.
CCR는 부스 3곳을 빌려 게임 내용에 등장하는 3가지 캐릭터 모형을 3m 높이로 전시했습니다. 덕분에 전시회장 곳곳에 CCR의 게임 캐릭터가 전시됐습니다. 규모로 다른 회사들을 압도해 관람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겠다는 전략이죠.
블리자드는 ‘인상’을 극대화시키는 데 주력했습니다. 5m 높이의 거대한 아치를 만들어 왼편에 마주본 CCR의 3m 높이 거대한 모형을 상대적으로 왜소하게 느껴지게 했습니다. 또 관광버스를 개조해 ‘이동 PC방’으로 만들어 전시회가 끝난 뒤에도 대학가와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를 돌아다니며 직접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했습니다.
전시회에서 만난 외국의 모 유명업체 관계자는 “아직 한국의 게임 쇼는 미국의 게임 쇼 E3에 비해 규모가 작아 게임업체들에 중요도가 떨어진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게임대전을 찾은 사람은 4만 명인데 E3 정도 되는 게임 쇼에는 20만 명의 참관객이 몰리기 때문에 한국 게임대전의 중요도가 5분의 1에 지나지 않는다는 설명이었죠.
하지만 저는 한국 게임대전을 지켜보면서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수만 명의 관람객들이 관람료를 내고 아이 유모차를 끌고 참석하고 중학생들도 교복을 입은 채 열심히 참관해 이런저런 새 게임에 정신을 빼앗긴 모습을 봤습니다.
문화관광부와 정보통신부는 내년부터 각각 지원하던 게임 쇼를 하나로 통합해 규모를 늘려 E3 못지않은 게임 쇼를 만들겠다는 계획입니다. 정부의 계획이 효과를 거둬 한국의 게임 쇼가 외국 게임 쇼를 능가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합니다.
김상훈 경제부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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