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월드 콘퍼런스의 가장 중요한 행사는 잡스 사장의 기조연설입니다. 이 연설은 90분이 넘게 이어지지만 195달러(약 20만4750원)가 넘는 돈을 내고 입장하려 애쓰는 ‘팬’들로 넘쳐납니다. 공연장 밖에서는 표를 구하지 못해 서성이는 팬들도 볼 수 있습니다.
잡스 사장의 기조연설은 유명 가수의 콘서트처럼 재미있기로 유명하기 때문이죠. 고화질 초대형 영사기, 수십 개의 조명 등 화려한 무대장치는 기본이고 잡스 사장 본인이 수차례 ‘리허설’을 반복하며 완벽한 연설을 연습할 정도입니다.
그가 연설무대에 등장하면 관객들은 유명 가수가 등장할 때 못지않게 커다란 박수와 함성, 플래시 세례를 보냅니다. 차례로 신곡, 아니 신제품이 소개될 때마다 박수와 함성은 반복됩니다.
콘서트에 초청 가수가 등장하듯 또 다른 유명 정보기술(IT)업계 인사가 ‘초청 손님’으로 등장하기도 합니다. 이번 기조연설에는 소니의 안도 구니타케 사장이 초청 가수 역할을 맡아 고화질 디지털(HD) 비디오 캠코더를 소개하더군요.
관객들은 기조연설이 끝나면 인근의 애플컴퓨터 소매점으로 달려갑니다. 콘서트가 끝나면 팬들이 가수의 새 앨범을 사러 음반점으로 향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이들은 애플컴퓨터의 새로운 MP3플레이어를 가수의 새 음반처럼 옆에 끼고 집으로 돌아갑니다.
스타 최고경영자(CEO)와 뛰어난 IT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사랑은 유명 가수와 그의 새 노래에 대한 팬의 마음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잡스 사장은 이 부분에 주목해 소비자를 ‘팬’으로 생각하고 더 멋진 공연을 보여주려고 노력하고 있었습니다.
한국에도 애플컴퓨터의 ‘아이포드’ MP3플레이어 못지않은 IT 히트상품이 많습니다. 언젠가 한국의 IT 리더들도 스티브 잡스 사장처럼 ‘팬 관리’를 해주기를 기대해봅니다.
김상훈 경제부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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