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 캐주얼 ‘후아유’, 곰돌이 그림 ‘티니위니’, 캐릭터 캐주얼 ‘피오루치’, 화려한 액세서리 ‘클루’…. 매장 간판이나 쇼핑백 어디에도 ‘이랜드’ 표시를 찾아볼 수 없지만 모두 이랜드 식구입니다.
얼마 전 ‘캐릭터 티셔츠’ 취재를 위해 이랜드에 전화를 건 적이 있습니다. 그때 홍보 담당 직원이 조심스럽게 묻더군요.
“저… 기사에 꼭 ‘이랜드 피오루치’라고 나가야 하나요?”
왜 그럴까요? 기존 이랜드의 이미지가 새 브랜드에 부정적 영향을 줄까 걱정하기 때문입니다. 저가(低價) 브랜드로 많이 알려진 이랜드 브랜드가 캐릭터 티셔츠 판매에서는 손해일 수도 있습니다.
감성을 중요시하는 패션업체로서는 이런 이미지를 바꾸고 싶었던 거죠. 그래서 이랜드는 새 브랜드의 홈페이지를 따로 만듭니다. 수입 브랜드처럼 보일 때도 있죠. 실제로 이 회사는 다(多)브랜드 전략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태평양의 브랜드 전략은 좀 다릅니다.
이 회사는 몇 년 전 ‘아모레 아이오페’, ‘아모레 마몽드’에서 ‘아모레’를 빼고 단독 브랜드만 내세웠습니다. 회사 이름을 앞에 붙이면 사람들은 어릴 때 보던 ‘아모레 아줌마’를 떠올린다는 이유 때문이죠.
그러나 태평양은 최근 회사명을 브랜드로 적극 활용하기로 방침을 바꿨습니다. 바로 태평양의 영문 이름인 ‘아모레 퍼시픽’입니다.
‘아모레 퍼시픽’은 태평양 브랜드 중 최고급 라인으로 백화점에서 판매하는 ‘헤라’, ‘설화수’보다 비쌉니다. 롯데백화점 명품관 ‘에비뉴엘’에서는 ‘아모레 퍼시픽 스파’를 만들어 호텔 수준의 스파 서비스를 하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브랜드의 시대’라고 합니다. 제품의 질(質)보다 브랜드 이미지가 실제 마케팅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도 적지 않습니다. 앞으로 각 유통업체의 다양한 브랜드 전략에도 관심을 가져 볼까 합니다.
김현수 경제부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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