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서울 중구 충무로 KT아이컴 중앙교환국에서 이뤄진 두 사람의 만남은 조금 색다른 방법으로 시작됐다. KT아이컴이 서울과 부산 지역에서 시범테스트 중인 IMT-2000 단말기로 통화해 보자는 조 사장의 제안에 정 교수가 흔쾌히 응한 것.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두 사람은 10년 이상을 같은 교회에 다녀 막역한 사이다.
“제 모습이 잘 보이십니까? 화질과 음질이 어떤지 평가해 주시죠.” (조 사장)
“말로만 듣던 화상휴대전화 시대가 다가온 것이 실감납니다. 서비스가 시작되면 실제로도 이렇게 선명하게 상대방의 모습을 볼 수 있나요?” (정 교수)
정 교수의 호기심어린 질문에 기다렸다는 듯 조 사장의 ‘자랑’이 이어졌다.
“KT아이컴의 IMT-2000 ‘지큐브’는 기존의 휴대전화와는 차원이 다릅니다. 지금의 휴대전화가 2차로 도로라면 비동기식 IMT-2000은 10차로 도로입니다. 그만큼 같은 시간에 더욱 많은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는 셈이죠.”
비동기식 IMT-2000은 2G㎐대역 주파수를 쓰는 3세대 휴대전화 서비스. IMT-2000을 둘러싼 두 사람의 대화가 계속됐다.
“유럽의 IMT-2000 업체들은 재원이 부족해 상용화 시기를 미루고 있다던데 KT아이컴은 상용 서비스 준비에 문제는 없나요?”(정 교수)
“내년 6월쯤 상용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입니다. 비동기식 IMT-2000 서비스는 일본의 NTT도코모와 영국의 허치슨이 빠르지만 KT아이컴은 더욱 업그레이드된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입니다.” (조 사장)
하지만 IMT-2000을 동기식과 비동기식으로 상용화하는데 따른 중복투자의 위험은 무시할 수 없는 부분. 정 교수가 먼저 얘기를 꺼냈다.
“KT아이컴은 관계사인 KTF가 이미 동기식 부호분할다중접속(CDMA) 서비스를 하고 있는데 중복투자 문제는 없습니까?”
“미래의 시장 변화에 대응하려면 두 가지 기술규격을 모두 상용화해야 합니다. 특히 한국은 단말기 경쟁력이 강하므로 해외시장 확대를 위해서도 두 가지 기술규격을 상용화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조 사장은 기술의 발전 속도가 워낙 빨라 조만간 기술규격 구분 자체가 무의미해질 것이라는 분석을 덧붙였다.
그러나 휴대전화 보조금이 전면 금지돼 서비스 상용화를 앞둔 IMT-2000 업체들은 초기 시장 확대에 어려움을 겪을 전망.
조 사장은 이에 대해 “콘텐츠 산업이나 무선인터넷 장비산업 등에 파급 효과가 큰 비동기식 IMT-2000에 대해서는 예외적인 보조금 활용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교수도 “휴대전화 보조금은 외화유출이나 시장 지배적 업체의 지배력 남용 등 부작용이 따르지만 정보기술(IT) 산업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갈수록 늘어나는 통신요금은 휴대전화 이용자들이라면 누구나 불만을 갖는 대목. 조 사장은 그러나 KTF와의 합병을 염두에 둔 듯 “휴대전화 요금을 지나치게 내리면 후발(後發)업체만 어려워져 시장의 균형이 무너진다”며 무작정 요금을 크게 내리는데는 반대했다. 정 교수는 “1위 업체는 이익이 많이 나는 반면 후발업체는 그렇지 못한 것이 한국 휴대전화 시장의 딜레마”라며 “장기적인 안목에서 소비자의 부담을 덜면서 후발업체의 성장을 촉진하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IT산업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투자 촉진 정책을 놓고도 토론이 이어졌다.
“정부와 휴대전화 업체들이 IT 펀드를 만들고, IT 투자를 늘리기로 한 것은 잘 한 일입니다. 하지만 앞으로의 투자는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합니다.”(정 교수)
“KT아이컴은 올해에만 2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입니다. 내년에는 콘텐츠, 장비, IT 인프라 업체 등과 제휴해 투자를 더욱 늘릴 생각입니다.”(조 사장)
두 사람은 한국이 IT 강국으로 도약하려면 핵심기술 개발이 절실하다는 점을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정 교수는 “IT 분야의 응용산업이 꽃을 피우면 IT 분야 기술 발전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라며 “IT 정책은 앞으로 시장 활성화를 통한 일선 기업의 연구개발을 촉진하는 쪽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사장은 “핵심기술을 차근차근 쌓아 미래의 4세대 휴대전화 시장에서는 세계적인 기술주도 업체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상용화가 코 앞에 닥쳐 사람이 크게 부족하지만 정작 필요한 기술인력을 뽑기는 어렵습니다.”
조 사장이 기술인력 부족을 걱정하자 정 교수도 목소리 톤을 높였다.
“신세대의 이공계 기피 현상은 매우 걱정스러운 수준입니다. 지금의 대학교육 시스템은 기업이 필요로 하는 전문화된 기술인력을 길러내기에 턱없이 부족합니다. 한국이 IT 강국이 되려면 지금부터라도 국가 차원에서 전문화된 기술인력을 양성하는 일에 힘을 쏟아야 합니다.”
▼조영주 KT아이컴 사장▼
△1956년 경북 성주 출생
△78년 서울대 토목공학과 졸업,
△80년 기술고시 제15회 합격
△82년 한국통신(현 KT) 입사
△94년 서울대 토목공학 박사
△2001년 한국통신 IMT사업기획단장
△2001년 KT아이컴 사장
▼정갑영 연세대 교수▼
△1951년 전북 김제 출생
△75년 연세대 경제학과 졸업
△81년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 경제학 석사
△85년 미국 코넬대 경제학 박사
△85년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94년 연세대 동북아개발센터 소장
△2000년 연세대 동서문제연구원 원장
김태한기자 freewill@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