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해 봅시다]"조선업도 IT없인 비전없죠"

  • 입력 2003년 1월 26일 19시 00분


야후코리아 이승일 사장(왼쪽)과 대우조선해양 정성립 사장이 얘기를 나누던 도중 활짝 웃고 있다.권주훈기자
야후코리아 이승일 사장(왼쪽)과 대우조선해양 정성립 사장이 얘기를 나누던 도중 활짝 웃고 있다.권주훈기자
《‘혹시나 말이 통하지 않으면 어떡하나….’ 걱정이 앞선 건 11년의 나이 차 때문만은 아니었다. 한쪽은 전통적 굴뚝산업의 최고경영자(CEO)이고 다른 한쪽은 첨단 인터넷 기업의 대표주자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구(舊)산업과 신(新)산업의 구분이 무의미하다는 걸 깨닫는 데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디지털 컨버전스로 얘기되는 이른바 산업의 융합 현상은 생각보다 속도가 빨랐다.》

대우조선해양 정성립(鄭聖立) 사장과 야후코리아 이승일(李承一) 사장이 서울 롯데호텔에서 만났다. 이 사장은 자리에 앉자마자 그간의 궁금증을 못이긴 듯 속사포 같은 질문을 쏟아냈다.

“나라별 조선 산업 순위는 어떻게 됩니까, 유럽 조선산업은 왜 무너졌죠? 또 미국은 어떻게 됐습니까.” 두 CEO의 대화는 금세 물이 올랐다. 종업원이 주문을 받기 위해 몇 번 들락거렸지만 두 사람은 눈치조차 못 챘다.

두 기업의 비전부터 물어봤다.

▽이=인터넷을 통해 유익하고 재미있는 내용을 소비자와 비즈니스 양쪽에 다 주는 게 저희의 비전이죠. 그러면 사람들이 항상 물어봐요. ‘다음은 e메일 채팅 커뮤니티, 네이버는 게임이 연상되는데 야후는 뭐냐. 특별한 게 없지 않느냐.’ 하지만 그게 저희 전략이에요. 처음 인터넷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정보를 찾도록 돕자는 거죠.

▽정=제조업의 비전은 생산성 높이기입니다. 생산성을 높이는 데 필요한 게 많은데 정보통신(IT)이 큰 공헌을 하고 있죠. 업무혁신(PI) 같은 게 대표적입니다. 직원들이 뭐하러 IT에 큰돈을 들이냐고 물어봅니다. 그러면 저는 부문별 최적화는 달성했는데 이게 과연 전체 최적화로 연결되는가 하고 반문하죠.

이 사장이 정 사장의 말에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뗐다. “중국 등 경쟁국의 도전으로 전통산업이 많이 힘들다던데요.”

▽정=조선업을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경쟁력을 강화해 추격을 물리쳐야지요. 중국의 인건비를 따돌리기 위해선 자동화가 중요합니다. 문제는 조선에 쓰일 로봇은 ‘스타워즈’에서처럼 스스로 이동해 필요한 데 가서 작업을 해야 하는 고난도 로봇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그런 로봇을 개발하면 다른 여러 분야에 쓰일 수 있고 그게 바로 저희의 새로운 산업이 될 수도 있겠죠.

▽이=닷컴은 매출 면에서 조선업과 비교도 안되지만 무(無)에서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나가다 보니 도전적이고 모험적입니다. 비교적 빠르게 많이 투자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죠. 저희 야후에서 나름대로 제품을 만든 게 50개가 넘는데 그중 12개는 접을 예정입니다. 우리는 변화가 필수인데 그래서 제품의 15%는 무조건 사장시킵니다. 억지로라도. 대신 새로운 걸 6개 만들죠.

정 사장이 공감한 듯 고민을 털어 놨다. “저희는 가장 어려운 게 직원들의 마인드 변화인데 변화에 거부가 많습니다. 변화에 대한 두려움은 인간의 본능인가 봐요.”

얘기는 비즈니스 모델로 넘어갔다. 이 부분에서는 차이점이 두드러졌다.

▽이=우리 비즈니스는 소총이 아니라 산탄총으로 사냥하는 거란 생각을 해요. 한 가지만 깊이 분석하고 연구하면 성공 확률은 높지만 시간 소모가 많고 그 사이 시장이 바뀝니다. 한 가지를 100% 준비하고 성공하는 것보다 5가지를 해 2, 3가지에서 실패하는 게 더 효율적이죠.

▽정=우리는 좀 다릅니다. 물론 배 성능을 개선해야 하지만 배를 만든다는 목표는 항상 정해져 있죠. 과제는 그 배를 어떻게 잘 만드느냐는 거죠. 금년에 만들 배도 이미 수주를 통해 정해져 있는 만큼 불확실성이 없습니다.

▽이=그게 부럽습니다. 저희는 매출 예상이 큰 과제인데요. 워낙 변수가 많습니다. 대신 비용은 큰 변수가 없습니다. 지난해 매출을 원래 예상보다 110% 초과 달성했는데, 초과 달성분은 거의 다 이익에 반영됩니다.

얘기는 국가 경쟁력으로 넘어갔다. 정 사장이 “제조업도 ‘무국적(無國籍)’ 개념으로 진정한 다국적 기업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사장은 “국제무대에서 활약할 수 있는 사고방식과 세계관을 심어주기 위해 조기유학도 과감히 추진해야 한다”며 공감을 표시했다.

후식으로 나온 커피가 식을 무렵 정 사장이 얘기를 정리했다. “오늘 만나보니 조선과 닷컴은 매우 보완적인 것 같습니다. IT가 없었다면 국내 조선업은 중국과의 경쟁을 일찌감치 포기했을 것입니다.”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정성립사장은

△생년월일:50년 3월21일

△학력:서울대 조선공학과

△주요경력:대우오슬로지사장,

대우중공업 옥포조선소 이사,

대우중공업 조선해양부문 관리본부장 전무이사, 대우조선공 업 대표이사

▽ 이승일 사장은

△생년월일:61년 5월22일

△학력:연세대 경영학과, 미국 캔자스대 마케팅&회계학과, 미국 미시간대 경영대학원(마케팅&재무)

△주요경력:피앤지(미국) 브랜드 어시스턴트, 씨티은행(한국) 마케팅 매니저, 펩시콜라 인터내셔널(한국 미국 싱가포르 태국) 마케팅 및 영업이사, SC존슨왁스 아태지역 경영개발 이사, 아시아온라인 아세안 및 인도지역 사장 & 전체 총괄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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