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해봅시다]송문섭 팬택&큐리엘 vs 이성규 팬택

  • 입력 2003년 2월 23일 18시 14분


팬택 이성규 사장(왼쪽)과 팬택&큐리텔 송문섭 사장이 올해 국내외 시장에 선보일 자사 휴대전화 신제품의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휴대전화 업계의 대표적 전문경영인인 두 사람은 올해에는 고성능 카메라폰 시장이 급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영한기자
팬택 이성규 사장(왼쪽)과 팬택&큐리텔 송문섭 사장이 올해 국내외 시장에 선보일 자사 휴대전화 신제품의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휴대전화 업계의 대표적 전문경영인인 두 사람은 올해에는 고성능 카메라폰 시장이 급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영한기자
“우리가 새로 개발한 휴대전화기 좀 봐주세요. 카메라 디자인이 좀 투박해 보이진 않나요?”(송문섭 사장)

“그것보다 당장 중국에 수출할 휴대전화에 쓸 만한 아이디어 하나만 빌립시다.”(이성규 사장)

팬택&큐리텔의 송문섭(宋文燮) 사장과 팬택 이성규(李成揆) 사장은 만나기가 무섭게 업무 이야기를 쏟아 놓기 바빴다. 카메라폰의 기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둥, 중국 수출용 단말기에 새 기능을 넣어야 한다는 둥 거의가 휴대전화기와 관련된 얘기였다.

통신업계에서 기술과 경영 마인드를 겸비한 전문경영인으로 손꼽히는 두 사람의 만남은 2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팬택 본사에서 이뤄졌다. 회의 때문에 팬택 본사를 찾은 송 사장이 이 사장의 방을 찾은 것.

“중국 단말기 시장의 경쟁이 과열돼 걱정입니다. 중국 업체들도 저가 단말기를 대량으로 만들면서 공급가격이 자꾸 내려가고 있어요.”(이 사장)

“모바일커머스와 주문형비디오 기능의 신제품을 시장에 내놔야 하는데 요즘 내수시장 사정이 통 좋지 않습니다. 신세대들의 취향에 맞게 디자인과 기능을 다듬고 있습니다.”(송 사장)

화제가 중국 경제의 급성장으로 흐르자 이 사장은 “한국 휴대전화 산업이 중국의 추격을 뿌리치려면 지속적인 기술 개발로 혁신적인 제품을 만드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송 사장은 “저가 제품을 앞세운 중국 휴대전화 업체들의 부상으로 올해 휴대전화 시장은 세계적으로 매출은 늘어도 수익은 줄어들 전망”이라며 “한국은 세계 최고수준의 휴대전화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여전히 수출 전망은 밝다”고 말했다.

휴대전화 전문기업인 팬택&큐리텔과 팬택은 한솥밥을 먹는 계열사면서 업종까지 같다. 2001년 하이닉스에서 분사된 현대큐리텔(현 팬택&큐리텔)을 팬택 박병엽(朴炳燁) 부회장이 전격 인수하면서 ‘적에서 동지’로 관계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팬택&큐리텔은 내수에, 팬택은 수출에 집중해 역할 분담을 하고 있습니다.”(송 사장)

“해외 시장에서 같은 거래선을 두고 간혹 부닥치는 일도 생깁니다. 주요 수출 타깃이 팬택은 중국, 팬택&큐리텔은 유럽과 미주 지역으로 서로 다릅니다.”(이 사장)

두 사람은 통신업계에서 전문성과 경영능력을 겸비한 엔지니어 출신 전문경영인으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미국 스탠퍼드대 전자공학 박사 출신의 송 사장은 현대큐리텔의 분사 독립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현재의 팬택&큐리텔을 있게 했다.

삼성전자 정보통신부문 전무를 지냈던 이 사장은 휴대전화 도입기인 1990년대 초반부터 99년까지 삼성전자의 휴대전화 개발을 진두지휘했던 주인공으로 유명하다. 팬택 창업자인 박병엽 부회장은 두 사람을 두고 “세계 어떤 기업도 부럽지 않은 최고경영자(CEO) 진용을 갖췄다”며 자랑하고 있다.

두 사람은 걸어온 길도 비슷하고 닮은 점도 많다. 서울대 공대를 나온 엔지니어 출신이라는 것, 한때 삼성전자 통신연구소에서 같이 일했다는 것, 중견기업 CEO로 변신했다는 것, 줄곧 휴대전화 업종에 몸담아 왔다는 것 등. 180cm 안팎의 장신이라는 점도 닮았다.

차이점이라면 송 사장이 미국 유학과 해외 지사장을 거친 해외파인 반면 이 사장은 서울대 전기공학과를 나와 바로 삼성전자에 입사해 경력을 쌓은 국내파. 업무스타일도 다소 달라 송 사장이 논리적이고 치밀한 편이라면 이 사장은 합리적이고 온화한 쪽이다.

올해에 유행할 휴대전화에 대해 물었더니 두 사람 모두 카메라폰을 꼽았다. 송 사장은 “카메라 기능을 내장한 카메라폰의 보급이 크게 늘 것에 대비해 디지털카메라나 디지털캠코더 수준의 신제품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휴대전화기와 각종 디지털기기의 통합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있다”며 “앞으로는 휴대전화가 웬만한 인터넷 및 컴퓨팅 작업을 척척 처리하는 정보 단말기로 각광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송문섭 사장 ▼

△1952년 2월 19일 서울 출생

△74년 서울대 전자공학과 졸업

△84년 미국 스탠퍼드대 전자공학 박사

△90년 삼성전자 정보통신부문 전문연구실장

△2001년 현대큐리텔 대표이사

△2001년 12월 팬택&큐리텔 대표이사

▼이성규 사장 ▼

△1953년 6월 24일 서울 출생

△76년 서울대 전기공학과 졸업

△83년 삼성전자 응용연구실장

△99년 삼성전자 정보통신총괄 무선사업부 전무

△2000년 팬택 기술연구소장

△2001년 9월 팬택 기술경영 총괄사장

김태한기자 freewi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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