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에서 200m 떨어진 곳에 있는 자체 물류센터 700평은 이미 꽉 찼다. 40피트짜리 대형 컨테이너 20개를 보관할 수 있는 규모지만 이미 적정용량의 2배인 40여개의 컨테이너가 겹겹이 들어차 있다. 더 이상 빈 컨테이너도 없다. 총무팀의 김형구 차장은 “임대창고를 알아보기 위해 전화통에 매달렸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고 14일 말했다.
지난달 말부터 미 서부의 롱비치항과 타코마항에 대기 중인 이 회사의 컨테이너는 40여개. 내륙운송이 이미 10일부터 시작됐어야 하는데 아직 하역도 못하고 있다. 납기 마감을 지키지 못하면 고스란히 450만달러(약 57억원)를 날리게 된다.
전체 생산량 중 70%를 ‘HJC’라는 자체브랜드로 미국에 수출하는 이 회사는 크리스마스 성수기를 앞두고 9∼11월 수출 주문량이 평시보다 30%가량 늘었다. 그러나 그림의 떡이다. 이달 들어 컨테이너를 하나도 실어 나르지 못했다. 거래 선박사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아예 선적 예약조차 받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 서부항만 파업 후유증으로 중소수출업체들이 큰 고통을 받고 있다. 15일로 미연방법원이 항만노동자들에게 조업 재개를 명령한 지 일주일이 됐지만 정상화가 이뤄지기까지는 앞으로 2∼3개월 정도 더 걸릴 전망이어서 중소기업의 피해는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안산공단에 있는 자동차부품 제조회사 서흥금속은 상황이 더욱 좋지 않다. 미 서부 항구에 10여개의 컨테이너가 대기 중인 이 회사는 하루에도 여러 번 “파업 발생 직후 왜 신속하게 우회 경로를 통해 운송하지 않았느냐”는 독촉성 e메일을 받고 있다. 언제 정식 클레임이 들어올지 전전긍긍하는 형편.
2주 후 수출물량을 실어내야 하는 완구업체 한국부라스는 항공 운송편을 알아보고 있다. 그러나 화물기는 선박에 비해 요금이 최소 4∼5배 비쌀 뿐만 아니라 대기업들이 이미 운송 계약을 마쳐 구할 수조차 없는 실정. 이 회사의 조성오 관리부장은 “100t당 20만달러였던 미주 정기 항공화물 요금이 최근 60만달러까지 높아졌다”면서 “중소기업으로서는 항공운임 부담이 너무 크다”고 하소연했다.
중소수출업체들은 대기업에 불만이 많다. 한 중소기업 사장은 “최근 부산항에 수출물량이 몰리면서 대기업들이 선적 우선권을 확보하기 위해 선사들에 높은 운임료를 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해양수산청 항만물류과의 정도안 과장은 “수출물량이 적은 소형 하주(荷主)들은 선사들과 장기계약을 하고 있는 대형 하주들에 비해 선적기일 협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산업자원부 해양수산부 등 담당부처들은 아직 중소기업의 피해 실태를 파악조차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운임 상승을 감수하도록 중소기업들을 설득하고 있다”면서 “정부는 이번 사태로 인한 중소기업 피해 보상을 위해 수출금융 지원 확대를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용인·안산〓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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