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물 재활용회사인 더코산업은 이 백석공단 한가운데에 자리잡고 있다.
공장에 들어서자 한쪽에서 폐플라스틱을 부수는 소리가 요란했다. 공장 여기저기에는 이 회사의 자랑인 폐기물 재활용제품 ‘파스콘(Pascon)’이 가득 쌓여 있었다.
파스콘은 화력발전소에서 발생하는 재와 제철소의 폐기물인 슬래그(slag), 그리고 폐플라스틱을 섞어 만든 신소재 건설자재다. 기존 콘크리트보다 3배 이상 높은 강도를 갖고 있으면서도 무게는 10분의 1에 불과하다. 가격은 콘크리트와 비슷하지만 파스콘을 사용하면 작업 시간이나 필요 인력이 콘크리트 사용 때보다 크게 줄어들므로 시공 비용이 훨씬 싸진다는 것이 회사측의 설명.
보령 화력발전소, 포스코, 자원재생공사 등에서 얻은 산업폐기물은 이 공장을 거쳐 통신케이블 보호관, 배수로, 맨홀 등으로 탈바꿈한다.
더코가 재활용하는 산업폐기물은 연간 7200t으로 단일업체로서는 국내 최대 규모다.
공장 2층에 올라가니 마침 공장을 방문한 일본인 바이어들의 모습이 보였다. 이들은 파이프를 통해 모인 산업폐기물들이 찰흙 형태로 융합되는 설비에 큰 관심을 나타냈다.
“찰흙 형태의 파스콘을 1000t 무게의 사출성형기에 넣어 찍어내면 원하는 어떤 형태의 시설자재도 만들 수 있습니다.”
생산설비를 설명하는 김경호(金慶鎬) 전무의 얼굴에는 자신감으로 가득했다.
지난해 초 공장을 찾은 한 일본인 바이어는 “이렇게 가볍고 얇은 것이 콘크리트보다 강하다는 걸 믿을 수 없다”며 제품을 이리저리 떨어뜨리고 던져보기도 했다.
“열린 입을 다물지 못하더군요. 곧바로 생산시설 및 기술 수출계약을 체결했죠. 세계 최고 수준의 폐기물 재활용국가인 일본에 우리 기술을 수출하다니 정말 꿈만 같았습니다.”
공장장인 김광호(金光鎬) 상무는 “지난 2∼3년간 국내 고속철도 건설현장에 파스콘 케이블 보호관 등을 납품하면서 프랑스와 일본의 고속철도 관계자들이 수시로 공장을 방문했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지금은 연간 매출 150억원의 회사로 성장했지만 김덕호(金德鎬) 사장의 파스콘 개발은 난관의 연속이었다.
1986년 동아건설 부장으로 리비아 대수로 공사에 참여했던 김 사장은 콘크리트 파이프 매설 현장에 들어오는 바닷물로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염분에 약한 콘크리트를 합성수지로 코팅하는 연구를 시작한 그는 합성수지와 모래 등을 섞어 고강도 시설자재를 개발하기로 마음먹었다. 이후 합성수지와 잘 섞이며 강도를 높이는 물질로 재와 슬래그를 찾아내는 데 2년이 걸렸다.
천안=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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